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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류승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력 : 2017-08-20 10:35:33 수정 : 2017-08-20 10: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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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얼마나 빨리 천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을까.’ 영화 ‘군함도’는 올 여름 가장 기대를 모은 대작이다. 제작비만 220억이 들었고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등 톱스타들이 뭉쳐 호흡을 맞췄다. 손익분기점은 800만 명. 대중은 올 여름 쟁쟁한 해외 대작에 맞설 류승완 감독의 역작이 나올 것이라 추측했고 관객 동원도 천만 정도는 가뿐할 것이라 생각했다. 개봉전부터 ‘군함도’가 천만 영화로 불린 이유다. 이후론 역대 천만 영화들의 뒤를 이어 얼마나 빨리 천만 영화 대열에 합류할지 예상하는 네티즌들과 관련 기사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군함도’는 개봉과 동시에 수많은 논란과 싸워야했다. 잘못 알려진 소문들과 일부 기사들로 예비 관객들의 눈에는 선입견이 씌워졌다. 관객수는 아직 700만도 넘지 못한 상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기에 국내 흥행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전 세계 155개국에 판매, 해외 개봉이 이어질 예정이라 제작비 및 마케팅 비용 등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가장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마 메가폰을 잡은 감독일 것. 류승완 감독과 ‘군함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조금 지쳐보였다. 그러나 역사에 대해, 영화에 투영한 자신의 진심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강한 어조로 뜻을 분명하게 나타냈다.

-영화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오간다.

“5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보셨으니 이미 세상에는 500만 가지 이상의 ‘군함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각자 삶의 태도와 관점이 다르니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역사 왜곡’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평점 테러를 당했다.

“몇주 째 인터넷을 안 보고 있다. 영화를 본 후 관객이 솔직하게 느끼는 감상, 합리적 비판은 저를 되돌아보게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어떤 의견이 하나의 줄기로 모이지 않는다. 누구는 ‘국뽕’이라 하고 누구는 ‘친일’이라 한다. 어떻게 한 영화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존재할 수 있나. 이건 비이성적 상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영화를 보지 않고 하는 비판은 보지 않고 있다.”

-이유가 있나.

“인터넷의 일부 부정적인 반응을 보면 실 관람객 출구 반응과 크게 차이가 난다. 어떤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쓴 댓글에 나까지 휩쓸려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난 블랙리스트까지 올랐던 사람인데 이제는 뉴라이트라고 하더라.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조선인의 친일 문제를 다룬 부분을 보고 ‘친일 영화’라는 말도 나오더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한 번쯤은 짚고 가야할 문제다. 일제강점기를 이분법적으로 그리는 건 너무 쉽고 뻔하고 자극적인 방식이다. 친일에 대한 언급 없이 이 시기를 다루는 건 비겁한 반쪽짜리 접근이라 생각했다. 친일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일본이 역사 왜곡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안에서도 아픈 사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친일에 대한 얘기가 불편하더라도 화두를 던지는 게 중요하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아시다시피 전 단 한 번도 독과점을 지지한 적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상황이 민망하고 송구할 따름이다. 정작 책임이 있는 극장사·배급사 측은 ‘우리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하고 있으니 속에서 천불이 난다. 스크린의 몇 퍼센트를 한 영화가 장악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제도적으로 마련되길 바란다. 좋은 영화 만들어 놓고도 극장에 걸지 못하는 동료 감독들이 있는데, 제가 더 무슨 말을 하겠나.”

-실제 과거 지옥섬으로 불린 군함도를 이번 기회에 알게된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2013년 봄에 알았다.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군함도의 존재를 알게 됐다. 너무 늦게 안 것에 대해 내 자신이 부끄럽더라. 이 영화를 기획한 이후 수많은 자료를 찾아봤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다. 그랬더니 군함도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이 나오더라. 영화를 통해 이런 역사적 아픔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공론화 되면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 기대했다.”

-역사를 다룬 영화를 작업하게 된다면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겠다.

“‘군함도’ 이전의 저는 정말 무지했던 것 같다. 지금은 조선왕조실록과 관련된 책들을 보고 있다. 영화감독으로서가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이들의 아빠로서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역사에 대해서 공부 중이다.”

-‘군함도’는 류승완에게 어떤 영화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할 수 있었던 영화다. 여한 없이 다 쓸어 담았다. ‘맞다’고 생각한 곳을 향해 달려갔고 완성했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정말 여한이 없다.”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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