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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인터뷰] 허인회, 행복과 웃음 바이러스 널리 전파하는 프로골퍼

입력 : 2017-08-20 14:09:54 수정 : 2017-08-20 18: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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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징크스란 없다>


깜짝 놀랐다. 전화번호 뒷자리가 4444. 무슨 장례식장 연락처인가 싶어 다시 한번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하지만 맞고 뒷번호 4자리외에 앞번호에서도 4자가 두 개나 더 있다. 주인공은 프로골퍼 허인회(31, JDX멀티스포츠)다. 참 허인회는 이런 엉뚱한 면이 많다.

일본대회에서 우승(2014년 도신골프토너먼트)하고 인터뷰할 때 선수들의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야디지북을 갖고 다니지 않아 “정말 야디지북을 갖고 있지 않느냐”라는 일본 기자들의 질문에 “돈이 없어서 못샀다”라고 농담해 기자실을 웃음바다로 뒤집어 놓았다. 이런 농담을 할 줄 아는 엉뚱함과 배포가 허인회는 있다. 당시 72홀 28언더파라는 일본남자프로골프 사상 최저타 신기록마저 세운 한국선수였기에 일본 기자들에게는 어쩌면 4차원의 인물로 비쳐질 수 있을 듯하다.

전화번호에 대한 질문에 “사실 4자가 일부 외국에서는 좋은 숫자로도 쓰인다”며 “오히려 나한테는 이 숫자가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그날 대회에 볼을 4개만 준비했다거나 장갑도 4개만 마련해놓았다던가 4자 번호가 있는 라커를 사용했었는데 좋은 성적을 냈다는 등등.

허인회가 이런 대답을 하는 내면에는 기존 틀에 얽매이기 싫은 본능이 있어 보인다. 파격적이거나 야성적인 기질을 잔뜩 담고 있다. 때론 엉뚱하거나 심지어 생뚱맞아 오해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려서부터 누가 싫다고 하면 나는 일부러 했어요. 뭐 하얀티를 쓰면 오비난다고 하거나 빨간색 티를 사용하면 헤저드에 빠진다는 등 얘기하면 난 일부러 하얀티나 빨간티를 사용하기도 했죠”

결국 이런 일반적인 징크스를 깨려는 이단적인 잠재성이 있고 이런 모습들이 오히려 주위사람들에 때론 통쾌함을 던져주고 행복바이러스로 전파되기고 한다.

국내에서 매 대회 라운드에서 그날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면 기자실에 와 인터뷰를 하는데 허인회가 오면 기자실 인터뷰 분위기는 늘 활기가 넘치고 웃음이 넘쳐난다. 허인회 본인도 가장 상반기 아쉬운 대회로 뽑았던 제60회 코오롱 한국오픈(당시 3위)에서 3라운드를 마치고 선두로 올랐을 때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결혼식 세리모니를 펼치겠습니다”라며 호언장담해 다시 한번 웃음을 주기도 했다.

<후반기에 한국과 일본 무대 오가며 승수 채우겠다>

허인회는 약 2주간의 여름휴식기를 마치고 다음주 일본 투어에 출전한다. 지난해 이시카와 료가 우승한 RIZAP KBC오거스타 골프토너먼트(24~27일)에 참가한다. 허인회는 지난 달 열린 던롭스릭슨 후쿠시마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로 달리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한타차 역전패한 안타까운 경험이 있었다. 마지막날 허인회도 7언더파로 선전했으나 일본의 중견골퍼인 미야모토 카츠마사(45)가 무려 9언더파를 휘둘러 아쉽게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놓쳤다.

한국남자프로로서 일본투어의 올시즌 첫승을 눈앞에 놓쳤던 허인회는 “우승이라는 것은 신의 뜻이 있어야 합니다.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고 우승은 하늘이 정해주는 것이라는 점을 뼈져리게 느꼈다.”고 돌아보았다.

후반기에 국내 메이저대회를 위주로 4~5개, 일본은 대회수와 시즌이 길어 7~8개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며 일본에서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2년만에 우승에도 내심 욕심을 내고 있다. 한가지 분명히 세운 또다른 목표라면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PGA대회인 CJ컵에 출전하는 것이다. 이 대회 참가하려면 국내대회 우승을 2번하거나 국내 최대 상금(15억원)의 제네시스오픈에 우승해야 자격이 주어지는데 아무래도 제네시스 오픈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 한다.

하반기의 또다른 마음가짐이라면 “우승을 못해도 20~30등에 드는 것도 중요하다. 우승에 대한 집착을 갖지 않고 예선을 통과하는 내 플레이에 대해 가치 있게 생각하겠다”며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상반기때 한 대회에서도 순위가 오르막 내리막이 심했고 최종 결과도 좋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라고 돌아보았다.

허인회는 한때 골프천재라는 말도 곧잘 들었다. 다른 선수들보다 다소 늦은 중학교(잠실중) 1학년때 골프채를 잡은 그는 아마추어때 일찍이 전국대회만 23승, 지방대회 포함하면 36승정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했고 국가대표도 지냈다. 2014년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장타왕을 휩쓸었다.

한때 맘만 먹으면 우승을 할 정도이니 골프가 자연 쉽게 생각됐고 그래서 연습도 한때 등한시했다. 2부투어로 떨어지는 등 부진의 늪에 빠질 때 공교롭게 어머니가 건강이 상당히 악화돼 위험한 고비까지 있었고 “내가 다 살은 듯 행동하면 안되겠다”며 “부모님 살아계시는 동안 최선을 다해 자식 잘사는 것을 꼭 보여드려야 겠다”라며 다시 채를 힘껏 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1년 정도 지나 2008 필로스 오픈에 생애 처음 정규투어에서 우승했고 다행히 어머니 건강도 좋아지셨다.

요즘은 아내 육은채 씨(30)의 어드바이스를 경청한다. 아내가 허인회 팬클럽인 ‘강하다 허인회’ 밴드의 관리를 맡고 있는 것은 물론 연습과 경기의 기록과 변화, 얼굴표정까지 일일이 체크하며 허인회의 마인드콘트롤에 수많은 조언을 하고 있다.

올해로 31살이 된 허인회는 아내와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을 못올린게 영 마음에 걸린다며 “그래도 아버지가 의미있는 결혼식이 되기 위해서는 우승을 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채찍질 겸 격려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그래도 올해 안에는 결혼을 해야겠죠”라며 웃는다.

한결 성숙해진 허인회가 올 하반기에는 또 어떤 행동과 성적으로 골프계에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할지 벌써 기대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배병만 기자 man@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촬영장소=웅진플레이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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