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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이슈] 한국 축구는 이제 아시아 맹주가 아니다

입력 : 2017-09-06 05:30:00 수정 : 2017-09-06 03: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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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무(無)로 돌아가라.’

2017년 최고의 TV 드라마로 꼽히는 ‘도깨비’의 남자 주인공 김신의 존재 이유는 ‘무’였다. 먼지처럼 사라져야 할 운명이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에서 전달하고 하는 무의 의미는 사라짐이 아닌 ‘다시 태어남’이었다.

2017년 한국 축구는 최대 위기에 빠졌다. ‘운명의 혈전’이었던 6일 우즈베키스탄(우즈벡)전을 포함해 2017년 전적이 총 6경기(최종예선 5경기)를 치러 1승3무2패의 부진에 허덕였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경질됐고, 신태용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는 혼란을 겪었다. 우즈벡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본선행을 위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고, 잔디 타령에 관중 실언 논란까지 겹쳤다.

우여곡절 속에 최종예선이 끝났다.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의 기쁨은 나중 일이다. 이대로라면 본선에 가는 것도 걱정이다.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축구의 장래가 그리 밝지 못하는 것도 명백하다.

한국 축구는 ‘무’로 돌아가야 한다. 환생이 필요하다. 지난달 8월31일 이란전을 예로 들면, 신 감독은 이란전을 준비하면서 수비 전술에 집중했다. 특히 공격-중원-수비진 간격 유지에 온 힘을 쏟았다. 파주NFC 그라운드에는 이례적으로 4.5m 간격으로 줄을 그어 훈련했다. 그런데 정작 본 경기에서 간격 유지는 문제가 아니었다. 기본적인 볼 클리어링부터 둔탁한 드리블, 부정확한 패스로 졸전을 펼쳤다. 물론 잔디 상태가 문제였지만, 이란 수비진은 달랐다. 한 명이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간격 유지는 예술에 가까웠다. 패스가 차단당할지언정 허투루 가는 패스는 없었다. 볼 클리어링부터 커버 플레이까지 완벽에 가까웠다.

신 감독은 이를 두고 “페르시아인은 발목 힘이 강해 잔디 상태가 나빠도 그것을 치고 나가는 힘이 있지만, 한국 선수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한마디는 한국 축구가 왜 무로 돌아가야 하는지 명백하게 설명하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이처럼 기본의 기본 바탕을 갖춰야 한다. 발목 힘이 약해 잔디에 밀렸다면, 발목 힘을 기르는 훈련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대표팀 선수라면 누구나 개개인이 발달을 시켜야 할 부분이지만, 우리가 눈으로 직접 지켜봤듯이 그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터치 패스는 기대할 수도 없다. 부정확한 패스로 템포가 끊어졌고, 이 중요한 경기에서 호흡이 맞지 않아 프리킥 기회를 날려버렸다. 드리블을 차지하고, 측면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자원이 없다. 이를 두고 선수 개개인을 탓할 이유는 없다. 한국 축구 시스템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패스 정확도, 골 결정력, 연계플레이, 빌드업 모두 단시간에 성장이 가능한 부분이 아니다.

한국 축구는 무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2017년의 대재앙을 두고두고 경험해야 할 것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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