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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②] 히딩크 감독 ‘무조건 No? … 민심 모르는 협회’

입력 : 2017-09-07 05:02:00 수정 : 2017-09-07 04: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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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히딩크 감독을 영입할 수 있다면…..”

한국 팬의 기억 속에 ‘2002 한일월드컵’은 여전히 최고의 순간이다. 지난 6일 달아오른 ‘거스 히딩크 감독 재부임’ 건을 보면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한국 축구팬은 온라인 상에서 히딩크 감독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영입을 위해 대한축구협회 건물 앞에서 시위를 하겠다는 사람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이란, 지난 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직접 지켜본 팬이라면 히딩크 감독에 대한 절실함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대한축구협회 측은 히딩크 감독 재부임설을 두고 단칼에 ‘가능성 제로’라고 못을 박았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맞다. 협회는 이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면서 계약 기간인 월드컵 본선까지 연봉을 보전했다. 이 가운데 신태용 현 대표팀 감독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만약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면, 월드컵 본선까지 총 3명의 감독에게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하면 코칭스태프 물갈이도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코칭스태프의 연봉도 보전해야 한다. 협회 예산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히딩크 감독은 절대 No’ 라고 자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연봉과 관계없이 봉사하겠다는 명장을 왜 마다하나. 협상의 여지는 충분하다. 신 감독의 거취 역시 대승적인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한국 축구에 실망한 민심을 읽어야 한다. 아직은 거스히딩크재단 관계자의 발언이 전부지만, 히딩크 감독이 실제로 자신의 입으로 “연봉은 중요하지 않다. 한국 축구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논의는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축구 민심이다.

단, 중요한 것은 히딩크 감독과의 계약 기간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히딩크 감독이 9개월짜리 단기 계약을 원한다면, 당장 계약서를 찢고 테이블을 접는 것이 맞다. 월드컵 본선이 목적이라면, 헌신이 아니라 욕심일 뿐이다. 현 시점에서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면 시간적 여유도 없다. 선수 파악만 3개월이 걸린다. 전술을 짜고, 손발을 맞추는 것까지 완벽하게 준비할 수 없다.

혹자는 2002년 월드컵에서도 본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히딩크 감독이 신화를 썼기 때문에 이번에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항을 살펴야 한다. 그는 지도자 인생의 전성기에 한국 대표팀을 맡았다. 50세가 되던 1996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8강으로 이끌었고, 이어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4강에 올려놓았다. 이어 레알 마드리드, PSV에인트호벤 등 유럽 명문 구단의 지도자로 수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세계 축구 흐름을 몸으로 익혀온 상태였기 때문에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설정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 대회에서 러시아를 4강에 올려놓은 국가대표팀 지도자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1년까지 터키 지휘봉을 잡았지만 2012 유럽선수권 예선 탈락으로 계약 해지했다. 2014년 8월 네덜란드 사령탑에 올랐으나 성적 부진으로 10개월 만에 경질됐다. 그도 이젠 '칠순'이 넘은 노장이다. 그때 그 감독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월드컵 성적만을 위해 그를 영입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축구에 득이 될 것이 없다.

실제 한국 축구는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외국인 감독에게만 대표팀 지휘봉을 맡겼고, 이후 조광래, 허정무,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젊은 지도자 육성에 소홀했다. 아직도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 물망에 오르는 것이 한국 축구의 현실이다. 현재 공석인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지도자 선임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히딩크 감독이 진정 한국 축구를 위한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 신태용, 김남일, 차두리 등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져줄 지도자 육성과 동시에 한국 축구의 무너진 틀을 잡아주겠다는 약속을 해준다면, 협회는 당장 히딩크을 모셔오는 것이 맞다. 2017 UAE 아시안컵까지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해준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 무대만이 목적이라면 직접 이 논란을 잠재워주길 바란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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