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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살인자의 기억법'… 설경구의 연기는 옳다

입력 : 2017-09-10 10:25:31 수정 : 2017-10-18 16: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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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열다섯 살의 소년 병수. 그에겐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자신에게 매일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가 있다. ‘그날’도 마찬가지. 집에 들어갔더니 구석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엄마와 누나가 있었다. 아버지의 폭력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로 향했다. 한참을 맞던 그는 아버지를 살인했다. 우발적이었지만 죄책감은 느끼지 않았다. 이후 소년은 세상의 나쁜 것들을 청소하는 연쇄살인범이 됐고 누구의 의심도 받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병수(설경구)는 몸에 굳은살처럼 남은 살인의 습관을 멈추고 작은 동네 동물병원 원장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인과응보인지 과거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판정을 받은 그. 사라지는 기억을 붙들기 위해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다. 아직까지 크게 소용은 없다. 하나 밖에 없는 딸 은희(설현)에게도 몸이 기억하는 살인의 습관이 자꾸만 튀어나오려 한다.

더 골치아픈 건 이 작은 마을에 연쇄살인범이 둘이라는 점이다. 하나는 나(병수), 그리고 그 놈. 병수는 우연히 접촉사고로 태주(김남길)을 만난다. 트렁크에서 흘러나오는 피, 자신과 같은 눈빛을 보고 한 눈에 알아봤다. 그 놈도 살인자라는 것. 

병수는 경찰에 그를 최근 벌어진 연쇄살인의 용의자로 신고하지만 태주가 그 경찰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치매 노인 병수의 말을 믿지 않는다. 태주는 은희의 곁을 맴돌며 병수의 주변을 떠나지 않고 병수는 태주를 잡기 위해 노력하지만 기억이 끊긴다.

켜켜이 쌓여가는 이야기 속에 관객은 퍼즐을 맞춰야한다. 희미한 병수의 기억과 망상 속 진짜 벌어진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해야한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병수의 기억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관객의 기억까지 건드는 영화다.

동명의 소설, 그것도 베스트셀러가 있다는 점은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탄탄한 이야기 줄기를 가지고 갈 수도 있지만 소설을 어떻게 비트느냐에 따라 원작 팬들의 실망과 원성도 따라오기 때문.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이런 부분에서 영화라는 매체에 맞게 장르적 변신을 과감히 시도했다. 우선 1인칭 시점으로 끌고 가는 영화이기에 병수의 살인에 납득 가능한 이유를 부여했다. 병수가 기억을 잃을 때마다 설경구는 얼굴의 경련을 연기한다. 관객에게 보내는 신호다. 설경구의 연기는 언제나 믿고 본다.

과거 차량 전복 사고 장면이 기억의 퍼즐이 되어 세 가지 버전으로 촬영된 것 역시 감독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장면. 또 병수의 친구 병만(오달수) 캐릭터를 추가, 객석의 웃음을 담당한다.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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