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58) 전북 현대 감독이 폭탄 발언을 던졌다. 그는 지난 20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상주 상무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0라운드 홈경기에서 1-2로 역전패한 뒤 “스플릿 시스템 A그룹에 가기 전까지 (우승) 윤곽을 낸 뒤 얘기하려고 했다”면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시기를 봐서 거취에 대해 따로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다소 충격적인 발언이다. 최 감독이 이끄는 전북 현대는 30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승점 60(18승6무6패)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상주전 패배로 2위 제주(승점 57)에 승점 3차로 추격을 허용했지만, 여전히 우승 문턱에 가장 가까이에 있다. 현재 전력이라면 여전히 전북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더욱이 최 감독은 K리그 통산 199승을 거두며 200승이라는 대기록에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특히 2005년부터 전북 사령탑을 맡아 구단의 기반을 닦으며 명문 구단으로서의 도약을 준비했다. 2011∼2013년 대표팀에 잠시 다녀온 뒤 2013년 중순 전북으로 돌아와 전북을 단순한 ‘부자 구단’이 아닌 ‘대형 스타들을 중심으로 조직력이 탄탄한 팀’으로 성장을 이끈 정신적 지주로 통한다. 이에 구단 측에서도 지난해 최 감독과 장기 재계약을 제시해 2020년까지 지휘봉을 맡기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거취라는 단어를 꺼내 들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일단 현장에서는 ‘절대 반대’의 분위기다. 전술적으로 팀을 만들어가는 능력은 이미 K리그 감독상 4회 수상이라는 기록으로 증명했다. 여기에 이동국이라는 베테랑 관리와 이재성 김민재 등 신예 발굴까지 선수단 운영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여전히 최 감독의 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북 팬 역시 최 감독이 남아주길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최 감독은 왜 ‘거취’ 발언을 했을까. 현시점에서는 우승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팀 내부적으로 경각심을 가지고,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우선 경각심 측면을 살펴보면, 전북은 최근 5시즌 동안 우승 2회, 준우승 2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등을 차지하며 K리그 1강으로 군림했다. 이동국 김신욱 이재성 김민재 최철순 이승기, 로페즈 등 인적 자원 역시 K리그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1강’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그들을 괴롭힌다. 선수단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집중력을 다잡기 위해서 강수를 둔 것이다.
분위기 반전 측면에서는 우승을 향한 ‘얼리 스퍼트’를 위한 매개체로 거취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스플릿시스템 적용 전까지 남은 3경기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지이다. 사실 전북은 지난 시즌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 직전까지 갔으나,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졌고 최종전에서 뼈아픈 패배로 우승컵을 FC서울에 내줬다. 최 감독 입장에서는 올 시즌 우승 트로피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 가운데 전북이 확률적으로 우승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스플릿시스템 적용 이전에 윤곽을 잡아야 한다. 그룹이 A와 B로 나눠진 이후에는 상위권 구단과의 맞대결만 펼쳐지기 때문에 파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스플릿시스템 적용 이전에 우승의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것이 최 감독의 의중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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