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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시선] '대배우' 나문희가 위안부를 위로하는 법

입력 : 2017-10-04 11:20:38 수정 : 2017-10-04 13: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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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참 어려운 도전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연기였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어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다시금 일깨우게 했다. 때론 웃음으로, 때론 눈물을 함께 버무리며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그날의 이야기를 대중 앞에 살며시 풀어놓은 것.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배우 나문희다.

배우 나문희가 영화 '아이 캔 스피크'로 극장가에 강한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그동안 다채로운 캐릭터를 통해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배우로 자리잡은 나문희. 어느덧 대배우란 수식어가 모자람이 없지만, 그의 연기도전은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나문희는 민원왕 나옥분 할머니 역을 열연했다. 표면상으로 보면 영화는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할머니와 구청직원간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다룬 휴먼 코미디로 비춰진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부터 펼쳐지는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고서는 볼 수가 없다. 할머니의 과거가 하나둘 밝혀지면서, 쉽게 꺼내놓지 못하는 아픔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제의 만행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충 말이다.

그동안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다룬 영화는 많다. 하지만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접근법이 달랐다. 또 위안부 할머니의 모습을 그려내는 나문희의 연기결 또한 달랐다. 위안부 할머니를 전혀 다른 존재가 아닌 우리네 주변의 할머니로 그려냈고, 그 누구보다 친숙한 이웃이자 할머니 캐릭터로 완성했다. 때론 억척스럽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연기로 몸소 보여줬고,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 속 이야기로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조금은 모자랄 수 있는 개연성을 연기력으로 커버한 것이다.

특히 나문희는 후반부에 들어 위안부의 참상을 알리는 부분에서 충분히 눈물을 쏟을 수 있었지만, 오히려 눈물을 자제하고 감정을 절제했다. 그리고 이야기에 집중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직접 전하기 위해 북받치는 감정을 자제하고 오로지 연기에만 온힘을 쏟아낸 것. 또 위안부는 명백한 피해자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옥분이란 캐릭터를 당당한 여성으로 그려냈다. 자칫 신파로 끝날 수 있었던 이야기를 강한 울림이 있는 이야기로 이끌어냈다. 나문희라는 배우가 아니었다면 결코 표현해낼 수 없는 캐릭터이자 연기라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나문희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덕분에 영화는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흥행에 돌입했다. 단순히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아닌, 그 캐릭터를 가슴으로 풀어내 자신만의 숨결로 그려내는 대배우 나문희. 그래서 더욱 나문희의 '아이 캔 스피크'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아닐까.

giback@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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