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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0-09 05:20:00, 수정 2017-10-09 10:39:08

[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김주영 ‘2자책골’ 오롯이 그의 잘못일까

  •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김주영(허베이)이 2자책골로 맹비난을 받고 있다. 김주영의 자책골은 아쉬움이 분명 크다. 하지만 오롯이 그의 잘못이라고 잘라 말할 수 있을까. 그의 자책골을 비난하기 이전에 이면에 감춰진 수비진의 전술적 패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8일 러시아 모스크바 VEB아레나에서 치른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세트피스 방어력 부재와 수비 집중력 저하의 문제점을 드러내며 2-4로 좌초했다. 특히 수비수 김주영은 2자책골을 기록하는 보기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허무한 실점에 김주영은 비난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다만 자책골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히려 김주영의 자책골 이전에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난다. 우선 첫 번째 자책골 장면을 돌려보자. 코너킥 상황이었고, 사메도프가 킥을 문전으로 띄웠다. 이에 러시아 공격수 코코린이 방향을 바꾸는 헤딩을 했고, 이 공이 김주영의 몸에 맞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사실 이 상황에서 갑자기 방향이 틀어진 공을 걷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수비이다. 물론 김주영의 집중력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앞서 코코린에게 헤딩을 허용한 장면에 주목해야 한다.

    코코린이 문전으로 짧게 띄운 코너킥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그는 김영권-장현수-손흥민이 자리잡은 삼각형 안에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코코린의 움직임을 따라가거나 저지하는 선수는 없었다. 코코린이 자유롭게 헤딩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3명의 선수가 1명의 공격수를 놓친 셈이다. 이 때 김주영의 움직임을 보면 문전으로 쇄도하는 알렉산드르 에로킨을 스크린하는 모습이었다. 에로킨은 195cm 장신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당연히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요주의 인물이다. 김주영이 그를 견제하는 사이 공이 그의 몸에 맞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세트피스의 기본인 대인 방어에 실패한 결과가 자책골로 귀결된 것이다. 자책골보다 더 비판 받아야 할 것은 대인방어의 실패이다.

    두 번째 실점 장면 역시 같은 맥락이다. 러시아 지르코프가 한국 진영 왼쪽에서 공을 잡았고, 이에 김주영이 그를 견제했다. 이때 중원에서 장현수가 에로킨을, 구자철이 글루샤코프를 대인방어해야 했다. 하지만 장현수는 공을 향해 이동하면서 에로킨이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공간을 내줬다. 구자철 역시 글루샤코프를 끝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이때 중앙에 위치한 권경원은 대인방어도, 지역방어도 하지 못하는 어쩡정한 움직임을 보이며 김주영과의 간격이 벌어지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때 뒤 쪽으로 구자철이 놓친 루샤코프가 문전 침투했고, 움직임이 자유로웠던 에로킨은 김주영과 권경원 사이로 침투패스를 찔렀다. 이를 가로막기 위해 김주영이 발을 뻗었으나, 그 공이 자책골로 연결됐다.

    엄밀히 말해 끝까지 대인방어에 나섰던 수비수는 김주영이 유일했고, 벌어진 공간을 고려해 끝까지 발을 뻗은 것도 김주영이었다. 장현수와 구자철은 에로킨과 글루샤코프를 놓쳤고, 권경원은 우왕좌왕했다. 자책골의 주인공은 분명 김주영이지만, 이 장면에서 빌미를 제공한 것은 장현수와 권경원, 구자철이었다.

    자책골은 결과의 아쉬움이지만, 우리가 되짚어보고 바로잡아야 할 것은 자책골의 과정이다. 자책골은 신태용호 수비진의 민낯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주영에 대한 비난보다는 자책골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던 수비진 전체의 전술적 미숙함을 지적해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SBS 중계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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