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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밀'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 별세… 향년 100세

입력 : 2017-10-10 10:26:38 수정 : 2017-10-10 1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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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류근원 기자] 정재원(사진) 정식품 명예회장이 향년 100세의 나이로 지난 9일 별세했다. 

평생토록 자기계발의 끈을 놓지 않았던 고인은 1964년 아기들의 치유식 개발을 위해 콩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후, 1973년 정식품을 창업하고 현재까지 약 50년 이상을 콩 연구에 몰두하며 한국 두유 산업 성장에 큰 업적을 남겼다. 소아과 의사로 재직했을 당시 모유나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치료식으로 개발한 두유 ‘베지밀’이 국내 두유의 시초가 됐다.

1917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난 고인은 홀어머니 아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어렵게 공부해 19세 나이로 최연소 의사검정고시에 합격했다. 1937년 명동의 성모병원 소아과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설사와 구토 증세가 심한 갓난 아기를 환자로 받았는데, 약도 주고 죽도 먹이고 주사도 놓았지만 결국 세상을 떴다. 그 후로도 원인 모를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은 계속 생겨났고, 의사로서의 죄책감과 사명감으로 사망 원인을 찾고자 44세에 유학을 결심하게 됐다.

영국 런던 대학원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UC 메디컬 센터 등을 거치고 만 5년 간의 유학 생활을 하며 공부하던 끝에 아기들의 사망 원인이 모유나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정상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마침내 1966년 유당이 없고 3대 영양소가 풍부한 콩을 이용해 만든 선천성 유당불내증 치료식 두유를 개발해 식물성 밀크(Vegetable + Milk)라는 뜻의 ‘베지밀’(Vegemil)로 명명하고, 1966년 제 1회 발명의 날 대법원장상을 수상했으며, 그 후 콩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고인은 국제적으로도 그 공로를 인정 받아 1999년 국제대두학회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두유를 만드는 데 인생을 걸었다’며 한 평생 두유를 연구 개발한 고인은 1973년 정식품을 창업하고, 1984년 세계 최대의 규모와 시설을 갖춘 청주공장을 준공 했으며, 1985년에는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제품 개발과 품질 개선에 힘썼다. 좋은 식품을 만들어 인류 건강에 이바지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R&D 부문에 대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기업의 이윤추구 보다는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의 개발과 공급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으며, 시장 1위 브랜드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OEM 전문회사 ‘자연과 사람들’을 설립, 경쟁기업들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만든 두유를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고인은 ‘누구든 공부에 대해 가슴앓이를 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1984년 ‘혜춘장학회’를 설립해 지난 33년 간 약 2350명에게 2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열성을 보여줬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2일이다.

stara9@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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