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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무심히 떠난 조진호·이광종 감독… 스포츠 심리상담 시스템 도입 시급하다

입력 : 2017-10-12 05:30:00 수정 : 2017-10-12 09: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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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조진호 감독님만 믿고 왔습니다. 아드리아노처럼 만들어주신다고 했어요. 하하하” 이정협 부산 아이파크

“할 수 있어.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나만 믿고 따라와. 기자님, 우리 정협이 지켜봐 주세요. 능력이 있는 친굽니다.” 故 조진호 부산 아이파크 감독

그랬다. 조 감독은 언제나 에너지가 넘쳤고, 주위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사람이었다. 제자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줬고, 믿음으로 이끌었다. 그라운드에서는 열정이 넘쳤고, 산책로의 꽃을 보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는 그런 따뜻한 사람이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꿈꾸던 전도유망한 젊은 지도자 조 감독이 지난 10일 무심히 우리 곁을 떠났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영면 소식에 한국 축구계가 모두 눈물을 흘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열렸던 미디어데이가 떠올랐다. 당시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공격수 이정협은 자신감이 부족한 얼굴이었다. ‘슈틸리케의 황태자’라는 수식어 때문에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터다. 그러나 흔들리지는 않았다. 그의 곁을 지키고 있던 조 감독 덕분이었다. 조 감독은 “정협이는 성격이 너무 착해요. 그래서 상처를 많이 받아요. 부산에 올 때 정협이에게 아드리아노처럼 만들어준다고 했어요. 지켜보세요”라며 손을 꼭 잡았다. 그 뜨겁던 가슴과 따뜻한 손을 이제는 영원히 느낄 수 없게 됐다.

한국 축구계는 2년 연속 인재를 잃었다. 지난 2016년 9월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던 故 이광종 감독이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우다 하늘로 떠났다. 그리고 1년 뒤 조 감독이 팬들 곁에 잠들었다. 두 감독 모두 큰 대회를 앞두고 있었고, 성적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았다.

감독들의 스트레스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축구뿐만 아니라 대부분 스포츠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지도자들의 상처가 깊게 파고들고 있다. 성적과 자신의 거취가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한 지도자는 “스트레스야 학생, 직장인, 자영업자 모두 받고 살아간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감독은 10년 계약을 해도 1개월 만에 잘릴 수 있는 직업이다. 성적에 자존심도 걸려있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 조 감독처럼 40~50대 초반의 젊은 지도자를 더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시스템 도입이 절실하다. 스포츠 심리상담이 대표적인 예이다. 현재 한국 스포츠계 스포츠 심리상담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16 리우올림픽에서 금맥을 캤던 양국 대표팀의 경우 전담 심리상담 코치가 있을 정도이다.

다만 스포츠계 심리상담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더 좋은 경기력,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선수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도자의 스트레스 극복에 관한 심리상담은 극히 드물다. 선수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그들의 정신 상태에 대해서는 내버려 두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프로스포츠 각 구단부터 발벗고 나서야 한다. 더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내 사람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도자를 케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고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다시 눈물을 흘릴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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