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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위크엔드스토리] 최강희 전북 감독의 독백 "동국이 골이 날 점프하게 하더라"

입력 : 2017-11-04 06:00:00 수정 : 2017-11-0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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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박인철 기자] “(이)동국의 골이 날 펄쩍 뛰게 만들더라.”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우승컵은 전북 현대의 품에 안겼다. 전북은 지난달 29일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해 남은 경기 상관없이 짜릿한 우승을 확정지었다. 홈팬들 앞에서 대승, 게다가 우승 쐐기골은 이동국 통산 200호 골. 영화 같은 일을 만들었다.

공·수에 걸친 탄탄한 스쿼드, 구단의 아낌없는 투자, 여기에 ‘명장’ 최강희 전북 감독의 리더십까지 어우러진 전북의 우승은 당연한 걸까? 아니다. 이번 시즌 전북은 강했던 만큼 힘든 시기가 있었다. 지난해 불거진 심판 매수 사건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이 박탈돼 선수들의 동기 부여가 떨어졌다. 출전 대회가 줄어들면서 두터운 선수층 속 출전 기회를 잃어버린 선수도 있었다. 연루된 스카우트가 자살하는 사고까지 겹치며 최 감독은 말로 하기 힘든 심적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최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겉으로 힘든 것을 내색하기보다 하나의 팀으로 위기를 딛자는 각오를 새로 다졌다. 이처럼 전북의 우승은 모든 고통을 한마음으로 극복한 선수단의 결실이었던 셈이다.

최 감독은 “우승은 기쁘지만 올해는 어느 때보다 힘든 시즌이었다. 사실 내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두 선수들에게 영광을 돌린다”며 덤덤히 한 시즌을 회고했다. 스포츠월드는 다사다난했던, 그래서 더 최 감독에게 특별했던 한 해를 최 감독과 이동국의 독백 형식으로 돌아본다.

◆언제나 애틋하고 고마운 나의 애제자 이동국

우승은 모든 선수의 공헌이지만 가장 고마운 선수를 굳이 한 명 꼽아야 한다면 이동국이다. 동국이에겐 올 시즌이 정말 힘든 시즌이었을 거다. 김신욱-에두에게 밀려 출전 기회가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힘든 티 내색 한 번 없이 묵묵히 따라왔다. 나도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었다. 지난달 29일 제주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동국이의 200호 골로 우승 시나리오가 쓰이길 기도했다. 그게 실제로 이루어지니 마치 드라마 같았다. 나도 모르게 동국이가 골을 넣자 펄쩍 뛰면서 달려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더라. 주변에선 내가 5㎝ 이상 점프를 했다고 하네 껄껄. 동국이는 정말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K리그 통산 200골을 넣었다. 기록 이상으로 팀에 헌신한 게 많은 동국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우승 기쁨? 감독직 회의감 들었던 힘든 시즌

내 가슴은 우승의 기쁨과 함께 풀리지 않는 안타까움 또한 남아 있다. 심적으로 정말 힘든 시즌이었다. 경기에 이기고 지는 건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내 곁에 있던 사람이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정말 가슴 아팠다. 감독직에 대한 회의감이 강하게 들었다. 표정 관리도 안 되고 심지어 훈련 시간을 놓쳐 지각하기도 했다. 이제 감독직에서 물러나야 하나…. 한 달 이상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런 날 지탱해준 게 선수들이다. 묵묵히 내가 다시 일어서기를 기다려줬다. 누구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은 이제 내가 어떤 잔소리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번 우승은 온전히 선수들의 몫이다. 다음 시즌도 힘들겠지만 전북다운 전력을 유지해 우승을 함께 나누고 싶다.

◆이동국이 말하는 최강희

올 시즌 출전기회가 많이 줄어들면서 은퇴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워밍업만 하고 못 뛰는 경우가 잦아서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이유는 단연 최 감독님 때문이다. 어느 여름날 힘들어하는 내게 ‘다음 시즌에도 너와 함께 하고 싶다’고 진심을 표현해주셨다. ‘내가 팀에 짐이 되면 떠나야지’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고민하던 날 잡아주셨다. 후반에 골을 넣는 선수가 되자는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됐다.

최 감독님은 전북을 K리그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어준 영웅이다. 이제 길을 걷다 만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최 감독님을 알아본다. 전북 팬들도 늘 감독님께 고맙다고 말씀 드리는데 나 또한 마찬가지다. 잊혀가는 날 다시 한 번 언론의 중심에 서게 만들어 주신 감독님께 정말 감사하다. 참 근데 감독님. 제가 골 넣고 감독님과 하이파이브한 건 200호 골이 처음이네요. 그 정도는 돼야 하이파이브를 해주시는 건가요? 그럼 앞으로도 골 많이 넣겠습니다.

club1007@sportsworldi.com 

사진=전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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