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다음

입력 2017-11-14 10:41:05, 수정 2017-11-15 01:32:09

[SW시선] '믹스나인'의 교묘한 갑질

  • [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불편하다. 그리고 불공평하다. 심지어 불합리한 이유로 탈락하는 연습생이 속출하고 있다. 이럴 거면 뭐하러 서바이벌을 하는지, ‘믹스나인’의 교묘한 갑질이 연습생과 중소기획사를 두 번 울리고 있다.

    ‘믹스나인’의 첫 출발은 야심 찼다. ‘YG 수장’ 양현석 대표가 전국의 기획사를 직접 다니면서 인재를 발굴하고, YG의 노하우를 더해 스타로 만들겠다는 게 프로그램의 주 콘셉트였다. 오디션계의 금손 한동철 PD가 의기투합했고, JTBC 황금시간대에 편성되면서 이슈성과 흥행이 보장되는 듯 했다. 별다른 논란이 없는 한, 누가 봐도 잘 될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믹스나인’은 문제투성이었다. 전국 기획사의 연습생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주는 듯 했지만, 양현석의 입맛대로 합격자와 탈락자의 운명이 갈렸다. 소위 말하는 갑질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었다.

    대표적으로 손예림과 박소연, 이수민을 들 수 있다. 양현석은 심사 도중 갑작스럽게 “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온 친구들은 배제하고 싶다”고 규칙을 바꿨고, 그 말을 근거로 손예림과 박소연을 탈락시켰다. 반면 이수민은 “팀 미션을 너무 잘했다”는 이유로 합격 버스에 태웠다. 공정한 서바이벌을 가치로 내걸었던 ‘믹스나인’이 양현석의 한 마디에 심사기준이 좌지우지된 것이다. 마치 ‘내 프로그램이니깐 내가 왕이다’식의 진행 방식으로 참가자들에게 갑질을 한 셈이다.

    중소기획사에 대한 부족한 배려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양현석은 직접 방문한 한 소속사의 대표를 매니저라고 부르고,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될 불화설을 언급하는 등 불편한 모습을 계속해서 연출했다. 또 각 기획사의 특색을 조명하기보다 열악한 환경임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등 엔터계 빈부격차를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결국 ‘믹스나인’을 통해 자금난에 힘겨워하는 중소기획사와 비교해 YG가 우위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특히 기획사와 방송사가 함께 제작하는 서바이벌이란 점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출연을 결심했던 중소기획사들은 뒤통수를 맞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참가자를 향한 막말 또한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마치 ‘내 프로그램에 나왔으니 내 말 들어’식의 진행이 서바이벌의 가치를 퇴색시키고 있다.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데도 “아이돌 하기엔 많은 나이다. 은퇴할 나이 아니냐?”라고 막말하고, “되는 것은 없는데 하는 것만 많네”라고 독설을 퍼붓는가 하면, 짧은 치마를 입고 춤을 추는 연습생에게 흐뭇한 미소로 “왜 우리 애들은 나한테 이런 거 안해주지?”라고 말하는 등 참가자들을 1도 배려하지 않는 문제적 심사평이 매회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한동철 PD의 자극적인 편집이 더해지면서 한층 진화된 ‘악마의 편집’이 참가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마치 ‘억울하면 그만두던가’식의 심사평이 ‘믹스나인’을 품격 없는 서바이벌로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다. 한동철 PD의 자격지심 때문일까. 엠넷 오디션 출신 참가자들을 대놓고 푸대접하는 모양새도 불편하기만 하다. 대표적으로 ‘프로듀스101’ 출신 한혜리와 ‘소년24’ 출신 박도하를 들 수 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서바이벌 현장에서 내려온 지 오래됐고, 실제로 실력이 많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혹평하고 탈락시켰다. ‘믹스나인’ 홍보를 위해 이용만 당한 꼴이 된 것. 이를 통해 한동철 PD는 ‘믹스나인이 엠넷 오디션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청자들 눈에는 어차피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아류작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이는 시청률이 고스란히 증명한다. 지난달 29일 첫방송된 ‘믹스나인’은 닐슨코리아 시청률 1.9%를 기록했으나 최근 방송된 3회는 1.7%로 0.2%P 하락했다. 겉으로는 공정한 서바이벌을 내세웠지만, 그 속에는 교묘한 갑질이 숨어있다는 점을 시청자들도 이미 알고 있는 것. 물론 화제성에서 앞서나가고 있지만 이는 양현석의 독한 혀가 한몫을 했을 뿐 결국 양현석의, 양현석에 의한, 양현석을 위한 프로그램일 뿐인 셈이다.

    giback@sportsworldi.com

    사진=JTBC 제공

HOT레드

  • 오늘의 파워링크
  • Today 정보
  • 이시각 관심뉴스
  • Today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