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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위크엔드스토리] "우린 바닥이다", 한용덕의 '이글스 개조' 프로젝트

입력 : 2017-11-25 06:45:00 수정 : 2017-11-25 14: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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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홍길동 감독님이 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다. 그의 손에는 펑고용 야구 방망이가 항상 들려 있었다. 그는 캠프 기간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철저한 관찰자였지만, 때로는 마운드 위에 올라 ‘송곳 배팅볼’ 솜씨도 자랑했다. 

선수들은 그런 그를 ‘홍길동 감독님’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당사자는 ‘홍길동’이라는 표현에 기분 좋은 눈치다. 그는 “아마 제가 여기서 가장 많이 움직이는 사람일 겁니다”라며 껄껄 웃었다. 일본 미야자키에서 한화 마무리 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한용덕 감독에 대한 이야기다. 

한용덕 감독은 지난달 말, 한화의 11대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사실 한 감독과 한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1987년 “배팅볼이라도 던지겠다”며 당시 빙그레(한화의 전신)를 찾은 한 감독은 이듬해 정식 선수가 됐다. 2004년까지 482경기에 출전한 그는 120승을 올렸다.  2006년부터 한화 투수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12년 후반기에는 감독 대행을 맡았다. 또, 2014년부터는 구단 단장 특별 보좌역을 지내며 프런트 업무를 경험했다. 한 감독은 2015년 두산으로 떠날 때까지 무려 28년을 한화에서 보냈다.

그런 한 감독이 친정팀에 복귀했다. 한 감독은 “한화에서 나갈 때, 소 끌려가듯 나갔다. 정말 나가고 싶지 않았었다. 당시 떠나면서 그때 마음속으로 다짐한 것이 있다. '언젠가는 내 청춘을 다 바친 이곳에, 다시 보란 듯이 성공해 돌아오겠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두산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내 능력을 인정받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그리고 그토록 그리던 한화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됐다. 감독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내 자신이 뿌듯했다”고 활짝 웃었다.

한화는 바뀌고 있었다. 한 감독은 가장 먼저 구단 레전드 출신 코치진을 불러 모았다. 장종훈 수석·타격 코치, 송진우 투수코치, 강인권 배터리 코치 등이 한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유가 있었다. 한 감독은 “밖에서 본 한화의 실패 원인은 일체감이 없었다는 것이다. 팀은 하나로 뭉쳤을 때, 힘을 낼 수 있다. 내가 레전드 코치를 부른 것은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일체감을 갖기 위해서였다. 레전드 코치들의 복귀는 그래서 중요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이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는 ‘소통’이다. 한 감독은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감독가 코치진의 믿음이다. ‘너를 믿고, 무조건 내보낸다’는 믿음은 선수들에게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오픈 마인드’로 접근하는 감독이 되고 싶다. 선수들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겠다. 그리고 선수단 전체와 소통하겠다”고 다짐했다.

때문일까. 한화 선수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친다. 특히 ‘강압’이 아닌 자율적이고 효율성에 초점을 둔 훈련은 모두 만족했다. 한 감독은 “훈련을 무조건 많이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지쳐서 운동했고, 결국 체력 저하, 부상이 차례로 왔다. 한화가 실패한 원인이다. 분명 내가 있는 한화는 과거와는 다를 것이다. 똑같이 반복되는 훈련이 아닌 효율적인 훈련, 그리고 이런 훈련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모습을 반드시 보여드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 감독은 ‘한화의 강점’을 묻자 “우리가 지금 바닥에 있는 게 오히려 강점”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한화는 이제 더 떨어질 곳이 없다. 내가 그랬다. 나는 바닥을 기어 본 사람이다. ‘여기서 떨어져 봐야 똑같은 바닥’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다. 우리 선수들에게 필요한 게 바로 이것이다. 여기서 더 나쁠 일은 없다. 우리 선수들에게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감독에게 한화는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그는 “내 분신과 같다”고 했다. 이어 “어렵게 들어와서 내 청춘을 다 바쳤다. 그리고 이 곳을 나가는 아픔도 겪어 봤다. 한화와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다. 내년 첫 시작은 어려울 수 있다. 확 달라진 한화를 보여줄 자신이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벌써 마무리 캠프가 막바지다. 한화는 이번 캠프 기간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한용덕 감독은 확신했다. “한화에는 분명 밝은 미래가 있고, 팀 재건을 내 손으로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꼭 지켜봐주세요. 약속합니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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