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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인터뷰] 손태겸 감독 "이이경, 대단히 영리하고 영특한 배우"

입력 : 2017-12-06 10:07:00 수정 : 2017-12-06 10: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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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손태겸 감독은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나라면 어땠을까.’

중앙대 연극영화과 졸업영화인 단편 ‘야간비행‘으로 칸 국제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3등상을 수상한 손 감독이 돌아왔다. 해당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를 석권한 그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칸이 선택한 신예’로 불린다.

최근 개봉한 그의 첫 장편 ‘아기와 나’도 마찬가지.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성과 영화적 가치를 인정받으며 감독으로서 기반을 더욱 공고히 했다.

‘아기와 나’는 부딪힘과 편견을 관통하는 20대의 모습을 그린 영화다. 그간 손 감독은 학교와 가정 혹은 사회에 녹아들지 못한 인물들을 조명해 왔다. 영화 ‘아기와 나’ 주인공 도일 역시 사회에서 자리 잡지 못한 채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와 그 사이에서 낳은 아기까지 책임져야하는 짐을 짊어지고 있다.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기 같은 나로 대변되는 도일. 감독은 주인공의 드라마틱한 여정을 통해 세상 밖이 두려운 어른들의 두려움과 강박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영화가 개봉했다. 소감은.

“불가능한 기회를 잡았다. 무엇보다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고맙다. 아마 현장에서 제가 제일 서툰 스태프였을 거다. 다들 많은 현장을 겪으신 분들이고 전문가로 불리는 분들이다. 반면 전 장편이 처음이었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을 텐데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셔 감사하다. 많이 배우고 성장한 작품이다.”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2011년 무렵에 들은 이야기다. 아르바이트를 함께하고 있는 동료가 내가 영화를 전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자신의 지인 이야기를 해줬다.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젊은 부부가 있는데, 어느 날 여자가 아이와 남편을 두고 집을 나갔다고 하더라.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기에 지갑과 휴대폰만 챙겨 도망갔을까.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키우던 아이도 자기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도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이건 어떤 마음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일까. 이런 감정을 극의 형식을 빌려 풀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일본 만화를 리메이크한 동명의 작품이 있다.

“저도 좋아하는 만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기와 나’라는 제목을 떠올리면 가족, 사랑 이런 단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정서와 다른 이야기를 풀지 않나. 관객이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으니 제목을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이 제목이 가장 와닿는다는 생각에 그대로 가게 됐다.”

-영화를 보는데 이이경의 발견이란 생각이 들더라.

“복잡한 감정과 드라마를 다뤄야하는 데 이이경은 참 잘해줬다. ‘아기와 나’는 설명을 충분히 하는 영화가 아니다. 때문에 적은 말과 행동으로 극을 표현할 수 있는 연기력과 이미지가 필요했다. 이이경은 현장에서 제가 생각지도 못한 장면을 만들어내더라. 좋은 의미로 욕심이 대단한 친구다. 스케줄 조율이 힘들었을 텐데 영화 일정을 다 맞춰줬다. 소통도 열심히 한다. 대단히 영리하고 영특한 배우다.”

-아내 역의 정연주 역시 눈에 띈다.

“가진 게 많은 배우다. 말이 없어도 그 정서를 표현할 줄 안다. 연기하는 톤과 표현이 풍부하다. 감정 몰입도 좋다. 수 많은 일이 있었던 극 중 인물의 과거를 얼굴로 정확히 표현해내는 걸 보고 놀랐다. 굉장히 깊고 세밀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다. 두 사람 다 사전 캐스팅 단계부터 염두한 배우들인데 출연을 결정해줘서 고맙다.“

-특별히 디렉션을 준 게 있나.

“감독들마다 방법이 다르지만 전 배우에게 맡기는 편이다. 최대한 인물의 감정과 전사를 설명 하고 ‘본인이라면 어떨까’ ‘어떤 느낌일까’를 물어본다. 배우의 아우라가 마음에 들어서 캐스팅을 했으니 그 배우가 펼치는 연기가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저보다 배우들이 힘들었을 거다. 정확히 설명을 해주면 그대로 하면 되는데 믿고 가는 편이니 불안했을 수도 있다.”

-현장에서 착한 감독인가보다.

“영악한 것일 수도 있다(웃음). 예전에는 감독이 현장에서 군림하는 존재였다면 지금은 아니다. 영화는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두의 행동과 판단을 존중하고 이해해야한다.”

-목표가 있다면.

“지금 다음 작품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2019년엔 보여드릴 수 있도록 소처럼 시나리오를 쓰겠다. 다음 작품이 나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길 바란다.”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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