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6·텍사스)는 슬하에 아들 무빈과 건우, 딸 소희를 둔 세 자녀의 아빠다. 올해로 한국 나이 14세가 된 무빈은 이미 아빠보다 키가 커졌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서 확인한 추신수의 프로필 상 신장은 5피트11인치, 벌써 180㎝를 넘어서며 운동선수 2세의 유전자를 뽐내고 있는 셈이다. “이미 내 옷을 입는다. 하체는 나보다 더 좋은 것 같다”라던 추신수의 목소리에서도 뿌듯함이 묻어났다.
그러나 ‘젊은 아빠’ 추신수에게 가족의 존재가 항상 반가웠던 건 아니었다. 무빈이 태어나던 해 추신수는 22세가 됐다.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상황이 부담감으로 다가올 정도의 어린 나이였다. 추신수는 “결혼을 일찍 했더니 친구들이 다 놀러 다닐 때 나는 아이 아빠가 됐다. 사실 가끔은 짐 같이 느껴지기도 해서 빨리 가정을 꾸린 걸 후회하기도 했다”고 했지만, 이내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좋다. 아직 결혼도 안 한 친구들도 있는데, 그들이 마흔이 돼야 시작하는 일을 난 이미 다 끝냈다”라고 웃었다.
미처 생각지 못한 시련이 찾아왔을 때마다 추신수를 일으켜 세운 건 가장이라는 책임감이었다. 18년의 미국 생활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추신수는 딸이 태어나던 날 때려낸 끝내기 만루 홈런을 꼽았다. 마이너리그 바닥부터 시작해서 메이저리그 주전으로 올라서기까지 모든 순간을 가족과 함께 한 셈이다.
그렇다면 삼남매에게 비치는 추신수는 어떤 모습일까. 자신을 “굉장히 보수적인 편”이라고 표현한 추신수는 “친구같이 친근할 때도 있지만, 원칙에서 벗어나는 일이 생기면 엄격하게 한다. 요즘 부모들 같지 않을지도 모른다”라고 설명했다. 외식할 때 밥을 먹지 않고 식당을 뛰어다니는 풍경은 추신수의 가족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다. 집안에서도 식사가 끝난 뒤 자신의 그릇은 스스로 치워야 한다. “항상 원하는 것만 할 수는 없다. 책임감을 길러야 한다”는 의도에서다.
여기서 남는 궁금증 하나. 만약 아들이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다면 메이저리거 아빠는 이를 허락할까? 실제로 무빈은 학교에 다니는 와중에도 일주일에 두 번은 야구 클럽에 출석 중이다. “내가 야구를 했기 때문에 야구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말할 수 있다”라고 말문을 연 추신수는 “내 눈이 높아서인지는 몰라도 내가 인정할 정도는 아니다. 많이 부족하다”라고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아버지’ 추신수의 교육관은 “잘한다고 미쳐서 해도 될까 말까인데 내 욕심만으로 시키고 싶진 않다.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게 우선이다”라는 말에서 뚜렷이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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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월드 DB,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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