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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인만 바라보는 여자농구, 점진적 제도 개선도 어려울까

입력 : 2018-01-25 06:10:00 수정 : 2018-01-24 19: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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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외국인 선수는 팀 전력의 절반입니다.”

김영주 KDB생명 전 감독이 남긴 말이다. 그만큼 여자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가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각종 개인 기록 순위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득점, 리바운드 부문 상위 5걸에서 국내 선수의 이름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하나은행의 강이슬(득점 5위), 국민은행의 박지수(리바운드 2위) 정도만이 선전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경기가 좌우되는 일이 잦다. 게다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이번 시즌부터 ‘3쿼터에 한해 외국인 선수 2명이 모두 뛸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 도입하면서 외국인 선수 의존도는 더욱 심화했다.

당초 취지는 좋았다. 리그 전체 평균 득점을 올려, 보는 재미를 살려볼 목적이었다. 실제로 리그 평균 득점은 상승했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리그 한 경기당 한 팀의 평균 득점은 65.40점이었지만 이번 시즌은 23일 기준 경기 당 평균 68.66점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경기의 질까지 높아졌는지는 의문이다. 외국인 선수들은 3쿼터 룰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부각되고, 국내 선수들은 일부 스타들을 제외한다면 어디까지나 보조적 역할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가 한 명이라도 부상·징계 등의 사유로 결장하기라도 한다면, 외국인 선수를 모두 가용할 수 있는 팀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급격하게 기운다. 분명 기형적 구조다.

외부에서도 느끼듯, 현장에서도 이미 현 상황에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모 감독은 외국인 선수 제도를 국내 선수의 발전을 저해하는 규정으로 꼽으며 전면 폐지까지 주장한다.

하지만 전면 폐지는 여러 사정상 결코 쉽지 않다. 대신 점진적 제도 개선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점진적 리그 체질개선을 주장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위 감독은 "3쿼터 규정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를 점차 줄여나가는 것이 옳다. 다만 그동안 모든 팀들이 센터를 외국인 선수로 대체해 왔는데 토종 센터도 없이 전면 폐지에 돌입하면 자칫 리그가 ‘3점 슛 리그’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외국인 선수의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한편, 토종 센터를 길러낼 토대 마련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것. 분명 일리 있는 지적이다.

지금의 외국인 선수 의존도 심화 현상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분명 연맹 차원의 손질이 필요하다.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흥행도 놓치고, 경기의 질적 하락만 가속화될 뿐이다. 시즌 종료 후 경기의 흥미와 질적 향상을 동시에 꾀할 ‘묘수’가 절실한 시점이다.

swingma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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