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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1-28 18:50:38, 수정 2018-01-28 18:50:38

[차길진과 세상만사] 175.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 그동안 수없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더 이상 영혼을 증명하는 단계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탄력 받은 기관차처럼 영혼 증명 사례들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영혼과 교류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영혼을 접할 수 있는 구명시식은 산 사람 뿐 아니라 고정 팬이라고 할 수 있는 영가도 있어 삶과 죽음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리얼 드라마를 자주 보게 된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아들이 구명시식을 청했다. 그분의 아버지는 상가건물을 짓던 중 갑자기 실종됐다. 실종사건을 맡은 형사들은 면식범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펼쳐나갔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자칫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것 아닌가하는 했다. 그래도 담당 형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사망을 좁혀 나갔다.

    시간이 흘러 두 명의 유력한 용의자로 압축됐고 체포를 눈앞에 두고 있던 차에 한 명이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그러자 남은 용의자가 순순히 범행을 자백함으로써 아버지 시신의 행방이 밝혀졌다. 그가 자백한 암매장 장소는 상가건물 지하실 바닥이었다.

    “부친의 시신은 콘크리트 바닥 밑에서 발견됐습니다. 그들은 시신을 땅에 묻은 뒤 그 위에 콘크리트를 부어버렸습니다. 아버지가 정말 믿었던 회사 직원들이었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아들은 비명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두 명의 살인범에게 그의 아버지는 은인과도 같았다. 평소 호탕하고 인정 많은 그는 두 사람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두 사람은 탐욕에 빠졌다. 상가를 차지할 욕심에 아버지를 살해하는 인면수심의 흉악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그런데 구명시식에 나타난 부친영가는 버럭 화를 냈다. “어떻게 이 자리에 나를 죽인 사람을 부를 수 있느냐. 당장 살인자의 이름을 빼라!” 순간 무슨 일인가 했더니 심성이 착한 아들이 자살한 범인영가를 옛 정을 생각해 몰래 영가 명단에 적어놨었던 것. 이를 안 부친영가는 절대로 자신을 죽인 원수와는 한 자리에 있을 수 없다며 완강히 구명시식을 거부했다.

    이상하게 내 눈에는 그 범인영가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둘러보다 겨우 그를 찾아냈다. 살해된 부친영가는 영단 앞에 떳떳하게 서 있는 반면, 자살한 범인영가는 뒤쪽 병풍 구석에서 몸을 움츠리고 서 있었다. 영가의 격이 확연히 달랐다고나 할까.

    부친영가의 항의로 영가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지운 뒤에야 정상적으로 의식이 진행됐다. 영가는 그동안 못했던 자신의 억울한 이야기를 아들에게 털어놓으며 “세상이 험악해져서 미제사건이 많다. 내 시신을 영영 못 찾을 수도 있었는데 형사님들 덕분에 사건도 해결됐고 내 시신도 수습되었다. 그 분들이 아니었다면 콘크리트 바닥에 묻힌 내 시신을 어떻게 찾을 수 있었겠나. 명절이 되면 반드시 인사하고 항상 고마운 마음을 잊지 말도록 해라”고 당부했다.

    구명시식을 하다보면 은혜를 원수로 갚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쩌면 인간이기에 배신하는지도 모른다. 전생에 지은 인연에 따라 현생의 삶이 결정된다 하지만 그래도 가족처럼 대해주었던 직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시신마저 콘크리트에 묻혀버렸던 영가는 그들을 용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부친영가는 영계로 떠나기 전 내게 자신을 죽인 영가도 천도해달라고 부탁했다. “이것도 다 내가 전생에 지은 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들은 범인영가는 바닥에 엎드려 사죄하며 통곡했지만 이미 늦어버렸고 돌이킬 수도 없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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