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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뒷이야기] 윤성빈 김지수, 무뚝뚝한 아들내미의 지극한 효심

입력 : 2018-02-17 12:02:02 수정 : 2018-02-17 1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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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평창·권영준 기자] “엄마, 나 화장실 급해.” 윤성빈

“엄마, 내가 다 끝나고 전화할게. 기다려.” 김지수

한국 남자 스켈레톤 역사를 새로 쓴 두 남자가 있다. 윤성빈(24·강원도청)과 김지수(24·성결대)가 주인공이다. 윤성빈은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썰매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지수는 스켈레톤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세계에서 6번째로 빠른 사나이로 등극했다.

굵은 허벅지와 종아리로 힘차고 씩씩하게 트랙을 뛰쳐나갔던, 세계가 주목하는 두 남자였지만, 엄마 앞에서는 영락없는 귀염둥이 아들내미였다. 무뚝뚝했지만, 지극했던 효심도 금메달감이었다.

지난 16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4차 레이스에서 윤성빈이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두 팔을 번쩍 든 윤성빈은 새해 아침 국민을 향해 금빛 세배를 했다.

이 장면을 현장에서 지켜본 윤성빈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누렸다. 이어 가족들은 믹스트존을 밖에서 윤성빈이 나오길 기다렸다. 윤성빈은 국내외 언론과의 스탠딩 인터뷰를 마친 뒤 믹스트존 밖으로 향했다. 극적인 상봉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현장은 윤성빈을 이름을 연방 연호했고, 모두가 응원하는 시끌벅적한 분위기였다. 이에 정신이 없었던 윤성빈은 가족을 그냥 지나쳤다. 여동생은 “오빠~ 오빠~”라고 소리치며 불렀지만, 윤성빈은 선수 대기 장소로 성큼성큼 뛰어갔다. 이에 윤성빈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가 가족을 불러 윤성빈이 위치한 장소로 데려갔다. 이에 윤성빈과 가족의 극적인 만남은 비공개 만남이 돼 버렸다.

역사적인 현장에서 극적인 모자상봉을 카메라에 담고팠던 취재진은 공식 기자회견 이후 다시 한번 윤성빈과 어머니의 만남을 기대했다. 윤성빈은 기자회견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뒤 밖으로 나왔고, 밖에서 기다렸던 어머니와 마주했다.

상황을 파악한 윤성빈은 머쓱한 미소를 짓더니 “연출해야 하는 거야? 아, 나 이런 거 못하는데”라고 말하면서도 곁에 있는 어머니를 품에 안았다. 윤성빈의 말대로 연출하는 상황이었지만, 어머니를 품는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다. 윤성빈의 허리가 휘어질 정도로 꼭 안았다. 감사함의 표현이었다. 그 순간에도 어머니는 “아들 허리 아픈데 이렇게 꼭 안으면 어떻게?”라며 끝까지 아들 걱정이었다. 그 순간, 윤성빈은 “엄마, 나 화장실 급해. 이따 다시 만나”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리고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윤성빈은 17일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족을 만나면 부둥켜안고 막 울 것 같았는데, 그냥 조금 그랬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격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했을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김지수 역시 경기장에 가족이 찾았다. 경기 후 당연히 가족들은 김지수를 만나고 싶은 마음에 연신 전화를 걸었다. 추운 날씨에 냉혹한 경쟁 속에서 꿋꿋하게 걸어 나아가고 있는 아들이 매 순간 걱정되는 것은 가족 모두의 마음이다. 하지만 김지수는 “엄마, 이따 내가 전화할게. 기다려”라고 끊었다. 무뚝뚝한 전형적인 아들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팠던 아쉬운 마음이 숨겨있었다. 어찌 보면 늦은 나이에, 육상 선수로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던 자신을 깊은 사랑으로 감싸준 가족에 대한 깊은 사랑이 담겨있었다.

한국 스켈레톤을 빛낸 두 남자. 강인한 어깨와 탄탄한 허벅지로 스켈레톤 불모지인 한국에 신화를 창조했다. 그렇게 씩씩했던 두 남자는 가족 안에서는 무뚝뚝하지만 효심 깊은 아들내미였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권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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