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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아름다운 은메달' 이상화, 그는 그렇게 전설이 됐다

입력 : 2018-02-19 06:00:00 수정 : 2018-02-19 09: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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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강릉 이혜진 기자] 때로는 ‘들꽃’이 온실 속 ‘화초’보다 아름다운 법이다.

‘이번엔 내 차례다.’ 결전의 무대를 몇 시간 앞두고 ‘빙속 여제’ 이상화(29·스포츠토토)는 트랙을 달리고 또 달렸다.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올림픽.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이상화는 평소 쿨한 성격답게 ‘즐기겠노라’ 다짐했다. 그리고 이는 곧 현실이 됐다. 이상화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오벌)에서 열린 여자 500m에 출전해 또 한 번 최고의 레이스를 펼쳤다. 경기장 가득 그의 이름이 울려 퍼졌고, 이상화는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쏟았다.

이상화는 한국 여자 빙속의 ‘자존심’이다.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에서 홀로 반짝반짝 빛났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 이어 2014년 소치올림픽까지 제패,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 2연패를 달성했다. 여자 500m 세계신기록(36초36) 역시 이상화가 보유하고 있다. 그 안에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 특히 부상은 끈질기게 이상화를 괴롭혀온 주범이다. 하지만 무릎부상에 하지정맥류까지 겪으면서도 이상화는 포기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이상화의 선수 인생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사실 시작은 쇼트트랙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시절 친오빠(이상준)를 따라 빙상장에 간 것이 발단이 됐다. 남다른 소질을 뽐내며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일찌감치 스피드스케이트로 종목을 바꾼 것은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긴 까닭이다. 연습 도중 오른쪽 턱을 날에 베였고, 이로 인해 11바늘이나 꿰매야 했다. 어린 이상화는 두려웠지만 울지 않았다. 스케이트를 타지 못하게 할까봐 참고 또 참았다.

‘여자’라는 틀을 깨부수는 일도 이상화의 몫이었다. 이상화의 부모님이 아들이 아닌 딸을 운동선수로 키우기로 마음먹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집안사정 때문에 한명을 지원해야 한다면 아들이 낫지 않겠느냐고. 자신을 위해 기꺼이 운동을 포기한 오빠를 위해서라도 이상화는 더 독해져야했다. 여자라는 편견 속에 갇히지 않기 위해, 남자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욱 악착같이 훈련에 매진했다. 이상화가 살아있는 ‘전설’이 될 수 있었던 이유다.

hjlee@sportsworldi.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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