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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흔들리며 피는 꽃, 韓 여자 컬링이 강한 진짜 이유

입력 : 2018-02-20 05:00:00 수정 : 2018-02-19 15: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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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강릉 이지은 기자] “결국 그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의 스킵 김은정(28)은 빙판만큼이나 믹스트존에서도 거침이 없다. 카랑카랑하게 고함을 치며 카리스마 있게 팀을 이끄는 모습으로 ‘안경 선배’라는 별명까지 얻은 터. 마찬가지로 웬만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시원시원한 답변을 내놓는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과정을 돌이켜 봤을 때, 팀 선전의 원동력은 어디서 왔나’라는 질문에는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이내 "여태까지 겪어보지 못했던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다"라던 목소리는 울먹임으로 요동쳤다.

대표팀은 지난 19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예선 6차전에서 스웨덴(세계랭킹 5위)을 7-6으로 꺾었다. 스웨덴은 이번 대회에서 무패를 달리며 단독 1위를 질주했던 최고의 강호. 그러나 한국이 덜미를 잡으면서 전적 5승1패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한국은 4일 일본전 패배 이후 내리 4연승을 달리는 중인데, 스위스(세계랭킹 2위), 영국(4위), 중국(10위)까지 강팀에 더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올림픽 역대 첫 4강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도 문이 활짝 열렸다.

대표팀의 모든 구성원은 '이런 성적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앞선 18일 중국전 승리로 역대 올림픽 최다승 기록을 경신한 후에도 김민정 대표팀 감독은 “우리에게는 사명감이 있다. 승률에 집착하기보다는 역사를 쓰고 싶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김은정 역시 이번 대회 호성적을 ‘강한 목표의식’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그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던 우리 팀을 오랜 시간 도와주며 인내심 있게 기다려준 분들에게 보답해야 한다”라는 이유에서다.

사실 한국 컬링은 오랜 시간 비인기 종목에 머물렀다. 2014 소치 대회에서 반짝 선전을 하면서 처음 존재감을 알리긴 했지만, 평창으로 향하는 길은 여전히 가시밭길이었다. 금전 지원, 훈련 인프라 같은 기본적인 운동 환경은 물론 태릉선수촌 입촌, 대표팀 일정 등 여러 부분에서 속앓이를 해왔다. 눈에 띄는 성적을 내는 게 유일한 돌파구였지만, 단시간 내 이룰 수 있는 성과는 아니었다. 팀의 수준 자체가 낮기 때문에 수준 높은 대회에 나서기가 어려웠고, 이는 결국 팀을 전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코치들이 발 벗고 나서 강팀들과의 경기를 주선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 결과는 이번 대회 성적표로 드러났다. 시즌 중에 만나 예행연습을 거치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셈이다. 김경애(24·서드)는 "이번에 만난 팀들과 이전에 경기를 많이 해봤다. 선수들 스타일을 알기 때문에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의 최종 목적지를 입 밖에 내는 것 자체를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팀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 밝힌 목표. 그러나 흔들리며 피어난 꽃들의 진짜 목표는 ‘주장’ 김은정의 눈물을 통해 드러났다.

"그동안 '제가 왜 이것밖에 안 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그때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주신 분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거기서 끝나지 않고 경험이 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쌓인 게 이제 빛을 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하게 되네요.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잘할 수 있겠어요. 이 나잇대에,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이 타이밍이 큰 목표의식도 심어주고 있습니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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