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올림픽 결산] 올림픽 초보 기자의 평창 취재기(부제 절레절레)

입력 : 2018-02-27 06:10:00 수정 : 2018-02-26 20:42:08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눈보라 등 예상치 못한 날씨에 곤욕
전쟁터로 통하는 ‘믹스트존’ 입성
선수들 활약 속 뜨거운 열기 실감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했다고 믿고 싶은) 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등 야구 관련 국제대회 취재 경험은 있어도 종합대회는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도 안방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라니. 어쩐지 출발하기 전부터 싸한 느낌이 들었지만, 산더미 같은 짐을 싸고 있자니 당장 이것들을 옮기는 것이 더 큰 문제구나 싶었습니다. 이때라도 눈치 챘어야 했습니다. 앞으로 닥칠 슬픈 예감들을.

◆ “착각하나본데…올림픽이다.”

강릉 입성 초반부터 일이 터졌습니다. 그날은 저녁 일정을 빨리 끝내고 ‘출정식’을 하기로 한 날이기도 합니다. 오전에 아이스아레나를 찍고 오후에 오벌(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로 넘어가 취재를 이어가던 저는 꽤 심각한 선배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부장이 선배에게 “착각하나본데…”로 시작되는 어떤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출정식이고 뭐고 저는 그길로 슬라이딩센터로 날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착각’은 대회 기간 내내 금지어가 됐습니다.

진짜 착각은 그때부터가 시작이었습니다. 첫 번째 착각, 자원봉사자들이 TM(미디어 수송)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이었습니다. MPC 부근에서 “넉넉잡아 10분이니 걸어가라”는 말을 믿고 걷고 또 걸었지만 슬라이딩센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거센 눈보라를 맞아가며 40분을 등산(?)한 끝에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착각, TM이 시간표대로 움직일 거란 바람이었습니다. 눈보라로 인해 버스는 지연됐고, 저는 “제발~”을 수없이 되뇌어야 했습니다.

◆ “괜찮다, 나는 괜찮다. 쭈구리(?)가 되어도”

누군가 말했습니다. 믹스트존 취재야말로 기자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라고. 실제로 믹스트존은 선수와 기자가 가장 가까이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어쩌면 선수 본연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토록 어른스러웠던 피겨 차준환도 이곳에선 영락없는 17살 사춘기 소년으로 돌아갔고, 듬직한 맏형 스피드스케이팅 이승훈도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한참 동안이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전쟁터’입니다. 기본적으로 긴 시간을 버텨내야 합니다. 믹스트존 인터뷰 순서가 방송사→주관 통신사→신문·인터넷 매체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경기가 끝났다고 해서 바로 선수를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감 시간과 맞물리면 아주 죽을 맛입니다. 자리를 잡는 것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나 저처럼 키가 작은 기자들은 까딱 잘못했다가는 거치대가 되기 십상입니다. 수많은 기자들 사이에서 있는 힘껏 눌려있던 기자가 바로 저였습니다.

◆ “아프냐, 나도 아프다.”

국제대회는 유일하게 기자가 ‘사심’을 드러내며 응원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국내 취재진뿐 아니라 외신 기자들 역시 마찬가지. 자국 선수가 좋은 활약을 펼쳤을 때면 트리뷴(기자석)이나 베뉴미디어센터에선 어김없이 “Yes~”와 같은 탄성이 흘러나오곤 합니다. 경기 결과에 따라 비판적인 기사도 쓰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금메달’을 바란 간절히 바랐던 이들입니다. 애국심도 애국심이지만, 미리 써놓은 기사가 휴지통으로 가는 건 정말이지 슬픈 일입니다.

“그래도 올림픽이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잠은커녕 끼니조차도 제때 해결하지 못할 만큼 바삐 움직여야 했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자들이 그랬습니다. 하지만 올림픽은 올림픽이었습니다. 약 2주간 올림픽 현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때로는 가슴 뭉클했고, 때로는 뿌듯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분노를 가라앉혀야 했을 때도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이 ‘올림픽’이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hjlee@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