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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재'에 지원마저 열악, KDB생명의 씁쓸한 퇴장

입력 : 2018-03-07 05:50:00 수정 : 2018-03-07 02: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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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어떻게 감독보다 한숨을 더욱 깊게 내쉬고 계시는지 모르겠네요.”

이번 시즌 종반, 경기를 앞둔 KDB생명 선수단 라커룸에 취재진이 찾아갔을 때, 박영진 감독대행이 취재진을 상대로 자주 했던 농담이다. 질문하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로 팀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라커룸엔 적막만이 흘렀다.

상대 구단 관계자는 KDB생명에 승리를 챙기고도 “솔직히 이겨도 짠하다”며 오히려 미안함을 표시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이번 시즌 KDB생명은 여자농구계에서 연민과 동정의 대상이었다.

흔히들 단시간 내에 나쁜 일이 연달아 발생하면 ‘삼재(三災)가 왔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KDB생명이 바로 그랬다. 정확히 세 가지의 악재가 시즌 중 발생했다. 팀의 주축으로 통하는 조은주, 이경은이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고 설상가상으로 야심 차게 선발했던 공격형 외인 주얼 로이드 역시 피로골절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김영주 전 감독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안 그래도 없는 살림으로 이가 아닌 잇몸으로 버텨왔던 KDB생명에게 찾아온 ‘삼재’는 무척 가혹했다.

모 기업의 재정악화로 최근 3년간 신인선수 드래프트마저도 가장 소극적이었고, 감독을 포함해 코치진도 단 두 명에 불과했던 구단이 바로 KDB생명이었다. 김 전 감독의 사퇴로 구단은 흔한 코치 한 명 없이 박영진 감독대행 1인 체제로 운영됐다.

박 감독대행은 하루 수면 시간을 3∼4시간으로 줄여가며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악재의 연속에 지원마저 전무한 상황을 타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연패가 길어지며 선수들의 의욕마저 크게 꺾였다. 4승 30패, 최하위. 6일 현재 이들이 남긴 처참한 수준의 이번 시즌 성적표다.

결국 7일 하나은행과의 최종전을 하루 앞두고 시즌 종료와 동시에 구단의 리그 탈퇴 소식이 전해졌다. 21연패에 빠지며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을 끊어내지 못했던 KDB생명이 맞이한 최악의 시나리오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KDB생명은 연민의 대상이다. 여자프로농구연맹(WKBL) 관계자는 “시즌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팀의 리그 탈퇴 소식이 전해졌다. 구단도 구단이지만 선수들이 걱정이다. 최종전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도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이보다 더 짠한 시즌 마무리가 또 있을까.

swingman@sportsworldi.com

사진=WKBL 제공/박영진 KDB생명 감독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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