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활용한 정치권의 ‘이슈 몰이’는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지난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대표팀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스토리를 만들어가며 감동은 안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잡음과 혼선이 발생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치권은 이를 알면서도 또다시 단일팀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 같은 과오를 반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평창올림픽 당시 정치권은 개막을 약 1개월 앞둔 시점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을 논의했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성사시켰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자 아이스하키는 성적에서 자유로우니 단일팀을 구성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막말까지 남겼다. 세라 머리 아이스하키 감독은 입을 닫아야 했고, 대표팀 구성원 가운데 누군가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단일팀 구성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구기 종목은 팀 스포츠인 만큼 긴 준비 기간을 두고 계획적으로 구성을 해야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길게는 1년에서 적어도 5~6개월 전에 논의해 진행했다면, 그 과정에서 잡음도 줄일 수 있었고 더 큰 감동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최근 김학범 감독이 새로 지휘봉을 잡으며 새 출발을 알렸다.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 이후 계약 지속 여부를 다시 논의한다. 그만큼 배수의 진을 치고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이 시점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고, 이를 추진한다면 혼란은 가중될 수 있다.
당연히 정치권은 이러한 속 사정을 모른다. 이슈가 아니라면 스포츠계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남북 단일팀을 추진하는 정치권 인사들이 한국 축구의 풀뿌리인 K리그 현장을 한 번이라도 찾았는지 되묻고 싶다. 결국 단일팀 추진은 스포츠를 이용한 정치권의 이슈 몰이라는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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