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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미쓰홍당무 속 볼 빨간 콤플렉스, ‘안면홍조’

입력 : 2018-04-30 10:21:38 수정 : 2018-08-24 13: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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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개봉한지 10년 된 로맨틱 코미디 ‘미쓰홍당무’.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을 가진 여성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다뤄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양미숙(공효진 분)은 부스스한 머리에 날카로운 말투로 주위 사람들에게 비호감 인물로 낙인찍힌다. 게다가 주변인의 의미 없는 행동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며 집착하는 그는 영화 속에서 ‘콤플렉스 덩어리’로 묘사된다. 입을 굳게 다문 채 붉게 물든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영화 포스터에는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그대로 투영돼 있다.

 

그의 취미는 ‘삽질’. 양미숙은 학교 화단 앞에서 진짜 삽질을 한다. 영화 내내 삽질 행진은 멈추지 않는다. 또 다른 취미는 피부과를 찾는 것. 시도 때도 없이 빨개지는 얼굴을 치료하는 것보다 병원에서 자신의 연애심리를 털어놓는 데 정성을 쏟는다. 안면홍조로 콤플렉스가 생긴 것인지, 콤플렉스가 안면홍조로 이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낮은 자존감 저변에는 안면홍조가 새겨져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안면홍조는 얼굴과 목 부위 피부가 갑자기 붉게 변하면서 수분간 열감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하루에도 여러 번 나타난다.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여성호르몬 감소로 50대 여성에서 흔한 ‘폐경기 홍조’가 있다. 실제 갱년기 여성의 약 60%가 안면홍조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흔한 원인은 ‘감정 변화’에 따른 경우다. 이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많다. 이밖에 신경계질환이나 갑상선질환 등으로 발병할 수 있다. 특정 음식에도 영향을 받는다. 뜨거운 음료·치즈·초콜릿·매운 음식 등이 주요 인자다. 이처럼 매사에 예민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양미숙과 안면홍조는 닮은 구석이 있다.

 

한방에서는 ‘불규칙한 신진대사’가 안면홍조를 일으킨다고 본다. 예컨대 비장이 나빠서 홍조가 생겼다면 비장을 튼튼하게 해서 소화기에서 발생하는 열이 위로 뜨지 않도록 하는 처방을 하는 식이다.

 

주변에도 미쓰홍당무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요즘에는 대인관계에서 자신을 위축시키는 콤플렉스를 미리 관리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피부 문제로 의료기관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안면홍조로 진료받은 인원은 지난 2014년 5190명에서 2015년 5475명, 2016년 5719명으로 3년간 꾸준히 증가세다.

 

일선 현장에서만 보더라도 안면홍조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은 이 때문에 자존감이 크게 저하됐다고 털어놓는다. 이로 인해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종종 있다. 혼자 상처받는 일도 많다. 영화 속에서도 양미숙은 “그래 나도 알아. 내가 별로라는 거. 내가 아니었으면 다들 나한테 이렇게 안 할 거면서, 다들 내가 나니까 일부러 나만 무시하고”라며 절절하게 말한다.

 

안면홍조는 저절로 낫거나 쉽게 사라지는 질환이 아니지만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빨간 얼굴로 고개를 들지 못하는 미쓰홍당무가 있다면 속앓이하지 말고 적절한 방법을 찾아 ‘얼굴 붉힐 일’을 줄여나가면 된다.

 

이진호 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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