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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현의 톡톡톡] '계절의 여왕' 5월에 떠올려보는 결혼의 본질

입력 : 2018-05-16 10:15:25 수정 : 2018-05-16 10: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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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봄으로 기억합니다. 와인 공부를 하러 간 자리였는데, 첫날 한 분이 제게 다가와 인사를 하셨습니다. 만나서 반갑다며,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만나자마자 대뜸 하신 말씀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화면에서 저를 예쁘게 보셨나보다 생각하고, 무슨 일이시냐 여쭈었죠. 아들이 있는데, 결혼식 사회를 봐줄 수 있냐고 말씀하시더군요. 사실 우리나라에선 결혼식 사회는 남자가 봐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는 것인지 여자에게 부탁하는 일이 많지 않거든요. 저는 기쁜 마음으로 부탁을 들어드리겠다 말씀드리고, 언제쯤인지 여쭈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직 여친도 없는 상황이지만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니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고 말씀하셨습니다. 신기한 부탁이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흔쾌히 약속했습니다. 그 후로 몇 년에 한 번씩 저를 보시면 “기억하고 있지요?”라며 상기시켜주시곤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은밀하게 “시간 있습니까”라고 말씀하실 때 바로 촉이 오더군요. “아, 약속이행 관련인가요?” 그러자 슬며시 웃으시며 고개를 끄떡이셨습니다. 그래서 신랑 측 부모님과 신랑, 고대하던 아름다운 신부와 상견례를 하고 드디어 8년 반 만에 약속을 이행하게 되었습니다. 10년 이상 마음으로 준비하신 결혼식이니만큼 사랑이 퐁퐁퐁 넘치는 결혼식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 아들 딸 하나씩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사회를 본 커플들은 정말 다행히 모두 행복하게 잘 살고 있네요. ㅎㅎㅎ

왜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건지 찾아봤더니 노천명시인의 시에서 처음 사용해서 그렇게 되었다는군요. 그래서인지 많은 신부들은 5월의 신부가 되고자 합니다. 올 5월도 그리하겠지요. 결혼하기 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제는 결혼식 가서 혼인 서약을 듣다보면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따뜻해지곤 합니다. 결혼해서 10년 넘게 살다보니 혼인서약 문구 중, 슬플 때나 아플 때나 어려울 때도 함께 하겠다는 말이 가장 지켜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쁘고 신나고 좋을 때야 누가 헤어지겠습니까. 요즘은 재밌고 위트 넘치는 서약들도 많이 한다는데 그래도 결혼의 본질과 그에 대한 책임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5월에 결혼하시는 분들 뿐 아니라 올해 새 출발하시는 모든 부부들, 행복하게 잘 사시길 바랍니다. 나아가 이 글을 빌어 제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빈티지 와인을 10병이나 직접 선물해주신 저의 학우이자 인생 선배님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건강하세요.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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