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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5-30 10:09:29, 수정 2018-05-30 10:55:42

[류시현의 톡톡톡] 진품이 무엇인지

  • “왜 소더비나 크리스티에 큰돈을 쓰고 계십니까? 예술작품 위조의 달인 켄을 만나보십쇼”

    이 말은 ‘Caveat Emptor(구매자 위험부담 원칙)’라는 책의 저자 켄 페레니가 사이트 대문에 걸어놓은 말입니다. 켄 페레니라는 사람은 오랜 세월 위작 작가로 활동한 사람인데요, 그가 그린 위작 중에는 소더비와 크리스티에서 진품으로 판매된 작품도 있다더군요. 워낙 많은 작가의 작품을 그리다보니 미국연방수사국(FBI)에게 잡히기도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 저렇게 대놓고 위작을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예술계의 틈새시장이라고 해야 할까요.

    일본 시코쿠에 오츠카 국제 미술관이란 곳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은 진품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진품과 똑같이, 심지어 캔바스의 질감까지 도자기판에 실제 사이즈로 재현해서 전시하고 있는 ‘도판복제품 미술관’입니다. 이곳에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비롯해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네, 클림트, 피카소까지 우리가 들어봤을 만한 작가들의 작품은 모두 다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만져볼 수도 있습니다. ‘최후의 만찬’은 복원 전후를 비교해가면서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마침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 미술관에 흩어져 있다는 다섯 작품 외에 일본에서 불타버린 작품과 개인 소장으로 알려져 이제는 구경할 수 없는 작품까지 모두 도판위에 재현돼 있었습니다. 고흐가 그린 해바라기 7점을 만나볼 수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곳이라고 자랑하더군요. 아무리 아름다운 예술작품도 시간 앞에서는 노화될 수밖에 없는데, 그런 것도 방지하면서 명작을 그대로 후대에게 보여주고 싶은 열정을 이 미술관에 담았다고 합니다.

    위작달인과 복제 미술관. 예술작품을 카피했다는 사실은 같지만, 복제품을 활용한 의도나 방법은 무척 달라 보입니다. 하지만 예술품을 감상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굳이 진품이 아니어도 된다는 켄의 생각과 불멸의 예술을 위해서 복제판을 만든 오츠카의 생각은 일맥상통하지 않나요. 진품? 뭣이 중헌디…

    그나저나 지난 일요일 KBS 진품명품에서는요, 구한말 석유상자가 출연해서 진품으로 당당히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희소성과 함께 그 당시 생활상이 담겨져 있으면 가치가 높아진다던데. 그럼 우리의 일상 자체도 예술이 된다는 말로 이해해보면 어떨지요. 혹시 모르니 어릴 때 사용하던 용필오빠 사진 코팅한 책받침이라도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하하하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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