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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6-09 14:03:00, 수정 2018-06-09 14:03:00

[SW 레오강 이슈②] 신태용 감독 ‘트릭’의 완벽한 오해

  • [스포츠월드=레오강(오스트리아) 권영준 기자] “트릭이었습니다.”

    이 한마디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티볼리 스타디온에서 치른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답답한 경기 끝에 0-0으로 비겼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해 2군으로 구성한 볼리비아를 상대로 승리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비난을 받아야 했다. 여기에 신태용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날 스쿼드에 대해 “트릭이었다”는 설명을 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월드컵 개막이 목전에 있는데, 아직도 실험을 하는 대표팀에 대한 의문 부호를 달았고,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물론 이날 대표팀이 선보인 답답한 경기력은 아쉬움이 남는다. 분위기를 끌어 올려도 모자란 마당에 실험을 계속한다는 것 자체도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대표팀이 나아가는 방향성에 대한 비난은 옳지 않다. 신태용 감독은 왜 트릭을 써야 했고, 왜 감춰야 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날 신태용 감독에게 질문을 던진 것은 스포츠월드, 본 매체 기자였다. 기자의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김신욱과 황희찬을 처음으로 선발로 내세웠다. 손흥민이 아니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또한 김신욱이라는 장신 공격수를 내세웠다면, 측면으로 깊숙히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리는 측면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능력이 좋은 이승우와 문선민을 배치했다. 그 이유도 궁금하다.”

    신태용 감독은 정적이 흐를 만큼 한참을 고민했다. 속 시원히 말할 수 없었다. 이내 신태용 감독은 “트릭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뒤에 부연 설명을 달았다. 신태용 감독은 “김신욱과 황희찬이 선발로 투입될 경우 어떤 플레이가 나오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이승우와 문선민이 좌우측 미드필더로 나섰을 경우 팀 전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확인해야 했다”고 말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미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낙점했다. 그런데 손흥민이 본선 3경기 모두 풀타임 출전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물론 대표팀 핵심 공격수인 손흥민이 3경기 모두 풀타임 출전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부상을 당한 뒤 눈물을 흘린 것처럼 상황은 시시각각 변한다. 3경기 풀타임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이에 실험을 해야 했다.

    김신욱을 활용해서 공격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이미 신태용 감독의 머릿속에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이지 실제 벌어지는 현상은 분명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실제 신 감독은 이날 손흥민을 좌측 미드필더로 출전시켜 김신욱 최전방을 또 다르게 점검했다.

    여기에 “이런 실험은 국내 평가전에서 해야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을 달 수 있다. 애초 신태용 감독은 권창훈의 대체 자원으로 이청용을 낙점했다. 왜라고 묻는다면 단연 수비력 때문이다. 애초 권창훈을 오른쪽 미드필더에 놓은 이유는 수비 가담이 적극적이고, 활동량이 왕성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역습에도 능동적이다. 그런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 이 주문을 수행할 수 있는 자원은 정상 컨디션의 이청용뿐이었다. 이승우와 문선민의 측면 수비 가담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청용은 경기력이 떨어져 있었고, 경기 감각도 완전치 않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8인 엔트리에 포함했다. 그러나 이것만 무작정 믿고 있을 순 없었다. 이청용이 원하는 만큼 플레이를 해주지 못한다면, 그 다음 계획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발한 것이 이승우, 문선민이었다. 그렇다면 국내 평가전에서는 이승우와 문선민을 우선 평가할 필요가 있었다. 이청용은 부상을 당했고, 이승우와 문선민은 합격점을 받았다. 국내 평가전에서는 김신욱 황희찬을 점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에 신 감독은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김신욱-황희찬 카드를, 그리고 이승우 문선민 카드를 동시에 점검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만약에 이번 볼리비아전에서 김신욱-황희찬, 이승우-문선민 조합을 점검하지 않고, 본선 경기를 치렀다고 가정하자. 손흥민이 경기에 더 이상 뛰지 못하는 상황이 왔고, 김신욱-황희찬 조합을 투입한다면 ‘왜 평가전에서 한 번도 점검하지 않은 김신욱-황희찬 조합을 썼느냐’고 비난할 것이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신 감독은 이 모든 상황을 조합해서 점검할 수 밖에 없었고, 이 점검이 외부에 그대로 비쳐지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트릭’이라는 단어를 썼다. 실제 이날 경기에서는 독일과 멕시코 전력분석관이 버젓이 취재진 앞에 자리잡고 앉아서 대표팀 경기를 자세히 지켜보고 떠났다. 이들의 노트에는 대표팀의 포메이션이 상세히 표기돼 있었다.

    이러한 전후 사정은 생략한 채 우리는 ‘트릭’이라는 단어에 꽂혀 비난을 퍼붓고 있다. 신태용 감독과 선수단이 한목소리로 “최종 목표는 스웨덴전에 있다”고 수백번 외치고 있지만,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막내 이승우는 “외국인 아닌 우리 국민의 응원을 받고 싶다”고 희망했다.

    실패에 대한 비판은 월드컵이 끝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스웨덴전 종료 휘슬이 울린 이후에 트릭은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월드컵을 앞두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향해 트릭 조롱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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