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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끄라시바 월드컵] 장현수가 빠지면, 김영권도 힘들어진다

입력 : 2018-06-22 18:15:10 수정 : 2018-06-23 10:4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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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로스토프 나도누(러시아) 권영준 기자] 장현수(FC도쿄)가 빠지면 김영권(광저우 헝다)도 힘들어진다. 장현수를 비난하는 한국 축구팬에게는 몹시 화가 날 만한 이야기지만, 이것이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현실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 0시(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멕시코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 나선다. 앞서 지난 18일 스웨덴에 0-1로 패한 대표팀은 막다른 골목에서 멕시코와 조우한다. 멕시코는 지난 17일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1-0으로 제압하며 이번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쉽지 않은 경기다. 하지만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라운드를 밟아야 한다. 이날 멕시코전의 관심은 장현수에게 쏠리고 있다. 스웨덴전에서 부진한 장현수가 멕시코전에도 선발로 나설지 시선을 모으고 있다.

현시점에서 장현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기는 힘들다. 대체자가 없다. 라인을 조율하고, 경기를 운영하는 측면에서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 대수롭지 않을 것 같은 요소지만, 수비진에서 장현수의 영향력은 밖에서 바라 보는 것과 달리 매우 크다. 한국 축구는 1대1 개인 기술에서 멕시코, 독일과 경쟁할 수 없다. 실력이 부족하다. 중원과 수비진 전체가 조직력으로 움직여야 방어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누군가 이를 리딩하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한국 축구에서 이 능력이 가장 좋은 선수는 장현수와 기성용이 ‘유이’하다.

스웨덴전에서 김영권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비난은 찬사로 바꿨다. 김영권이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 절실함과 간절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장현수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장현수는 이날 수비진 조절, 간격, 움직임의 타이밍을 조절하고, 김영권은 대인방어에 집중했다. 김영권 스스로 “장현수는 후배지만, 옆에서 보고 배우며 의지한다. 운용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장현수가 옆에서 버티고 있었기에, 김영권 역시 최고의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이처럼 장현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대표팀에 큰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장현수와 김영권으로부터 시작하는 빌드업을 준비했다. 기성용 홀로 모든 빌드업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지공시 장현수와 김영권이 좌우로 크게 벌려 측면 빌드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와 같은 전술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장현수가 있기에 가능했다.

만약 장현수가 빠지면 김영권이 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김영권이 그 부담을 이겨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대체자원으로 오반석, 정승현, 윤영선이 있지만, 장현수의 역할을 대신하기가 쉽지는 않다. 또한 장현수가 이처럼 비난의 소용돌이에 빠진 가운데 그 부담을 안고 그라운드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지도 미지수이다.

일각에서는 장현수를 두고 ‘신태용의 양아들이냐’ ‘축구협회의 약점을 알고 있는 것 아니냐’ 등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어찌 보면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신태용 감독을 시작으로 모두가 장현수에 목을 매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장현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수비진을 리딩하고 조율하는 수비수를 양산하지 못했고, 그 가운데 가장 능력이 좋은 장현수를 활용하는 것이다. 장현수보다 잘하는 수비수가 있다면, 당연히 그 선수를 쓰는 게 맞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현실은 그런 선수가 없다.

‘만약 당신이 감독이라면, 이 시점에서 어떻게 수비진을 구성할 것인가.’ 장현수를 쉽게 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선택에 책임질 수 있을까.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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