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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끄라시바 월드컵] 눈물 펑펑 '손흥민'… "미안하지만 한번 더 달려줘요"

입력 : 2018-06-26 09:10:59 수정 : 2018-06-26 09: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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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권영준 기자] 새까맣게 변한 발톱도, 발꿈치가 다 벗겨진 것도 봤다. 뜨거운 눈물을 쏟은 것도 가슴으로 느꼈다. 미안하고, 미안하지만 한 번 더 부탁해야겠다. 0.1%의 기적이 남았으니 끝까지 조금만 더 달려달라고.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손흥민(26·토트넘)이 갈라져 가던 메마른 땅 위에 시원한 폭포수를 쏟아냈다.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치른 멕시코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천금 같은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비록 1-2로 패했지만 손흥민의 이 득점은 기적을 만들 수 있는 초석을 만들었다. 대표팀은 2패 승점 0으로 여전히 최하위지만 독일전에서 승리할 경우 경우의 수에 따라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남아있다. F조는 멕시코가 승점 6(2승·골득실+1·득점3·실점2)으로 1위, 독일과 스웨덴이 승점 3(1승1패·골득실0·득점2·실점2)에 골득실, 다득점 동률이지만 양 팀간 승자승에 따라 각각 2위와 3위에 올라있다.(승점→골득실→다득점→승자승 순) 아직 16강 진출팀이 가려지지 않은 가운데 오는 27일 밤 11시 동시에 열리는 한국-독일, 멕시코-스웨덴 경기의 결과에 따라 16강의 명운이 갈린다.

경우의 수를 살펴보면, 전제조건으로 멕시코가 스웨덴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 이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한국이 큰 점수 차로 승리해도 16강 진출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멕시코가 1-0으로 이기느냐, 2-0으로 이기느냐에 따라 한국 대표팀의 상황도 달라진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멕시코가 스웨덴을 2-0으로 이기고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극적인 1-0 승리를 거두는 것이다. 이 경우 한국, 독일, 스웨덴은 모두 승점 3이 된다. 이때 스웨덴은 골득실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해 탈락이고 한국과 독일은 골득실-1(득점2, 실점3)로 동률이다. 다만 승자승에 따라 한국이 16강에 오른다. 한국이 2골 차 이상 승리하면 골득실에서 앞서 16강 진출이다.

물론 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분명한 것은 손흥민의 막판 득점포가 있었기에 ‘경우의 수’를 따질 수 있는 상황까지 오게 됐고, 또한 손흥민이 있었기에 꿈에 나올 법한 기적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손흥민은 멕시코전에서 0-2로 뒤져 모두가 절망하던 경기 종료 직전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외치며 중거리포를 상대 문전에 박았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은 “환상적인 플레이에 놀랐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영국 BBC를 포함한 외신들도 “예술적인 골이었다.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슈팅”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황희찬을 감싸주고, 장현수의 등을 토닥여 준 뒤 아무도 없는 그라운드에 펑펑 울었다. 동생들에게, 형들에게,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손흥민이 무엇을 얼마나 잘못한 것일까. 손흥민은 왜 사과를 해야했던 것일까.

손흥민에게 이번 월드컵은 너무나 간절하다. 그래서 팀에 깊게 녹아들기 위해 애썼다. 그렇게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작은 형’이 된 손흥민은 좌절한 장현수와 김민우를 품었고, 기성용을 따랐고, 황희찬과 이승우를 챙겼다. 손흥민이 사죄한 이유는 ‘대표팀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장현수와 김민우를 비난하는 것은 결국 손흥민의 사과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제 대표팀은 운명의 독일전을 앞두고 있다. 손흥민은 큰 중압감을 안고 있지만, 그 길을 기꺼이 가겠다고 했다. 손흥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독일전이 남았다. 가야 한다. 우리 동료들과 다 함께 가야 한다"고 되뇌었다. 

현재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선수는 손흥민이다. 그의 발끝에서 터지는 한 방은 곧 기적을 의미한다. 힘들고, 어렵고, 버겁겠지만, 그걸 알면서도 기대야 하는 현실이 미안하지만, 그래도 달려주길 바란다. 손샤인, 그대 발끝에서 희망의 빛이 빛나길 기대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김용학 기자, 권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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