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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8-07-04 15:08:11, 수정 2018-07-04 15:08:11

입지 나쁘고 준비 부족… 럭셔리 무색한 ‘정용진 호텔’ 1호

19일 개관 레스케이프 호텔 가보니…
지상 25층 규모 총 204개 객실
녹지 없어 사방 꽉 막혀 답답
수영장 등 휴식공간 시설 없어
예약 확인 어려워… 고객 불편
  • [전경우 기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야심작 레스케이프 호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호텔의 성공 여부와 직결되는 입지가 나쁘고 준비가 미흡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 2일 찾아간 레스케이프 호텔은 오는 19일 개장을 위한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뜰리에 스위트’ 객실과 티살롱 등 공용부 일부 공간을 둘러봤다. ‘어반 프렌치 부티크 호텔’을 콘셉트로 만든 레스케이프 호텔은 서울 중구 회현동에 지상 25층 규모로 총 204개 객실을 갖췄고, 이 중 80여개가 스위트룸으로 배정됐다. 국내 호텔 중 스위트 비중이 가장 높다. 부대 시설로는 중식당, 양식당, 티 살롱, 커피 스테이션, 바, 피트니스, 스파, 이벤트룸 등을 갖췄다. 스타필드와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을 배려한 전용 플로어와 레스토랑 동반 식사 구역도 마련했다.

    호텔을 이끄는 초대 총지배인은 유명 블로거 출신 김범수 상무다. 그는 데블스도어, 파미에스테이션, 스타필드 등 신세계 그룹의 신사업에 깊숙이 관여해 정부회장의 ‘복심’으로 통하지만, 실질적인 호텔 운영에 참여한 경험은 전혀 없다.

    ▲‘정용진 호텔 1호’, 불리한 입지로 경착륙하나

    호텔 업계에 레스케이프 호텔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 무렵이다. 포시즌스가 서울에 진출하고 롯데의 시그니엘이 등장해 업계가 고급화 경쟁을 벌이던 시기다. 주요 호텔 관계자들은 이미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과 JW메리어트 서울을 보유한 신세계의 새로운 호텔은 이른바 ‘6성급’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레스케이프 호텔의 실체는 ‘럭셔리 부티크 호텔’의 여러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업계와 호텔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지적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대로변에서 살짝 들어간 입지 자체가 고급 호텔이 들어설 곳이 아니며, 건물의 외관 역시 일반 오피스 건물과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가 가장 먼저 다가온다.

    자체 보유하거나 인접해 있는 녹지공간이 없고 사방이 건물로 막혀 있어 조망권 보장은 고사하고 프라이버시 침해를 걱정해야 하는 부분도 투숙객에게는 난감한 부분이다. 호텔 모든 공간에 암막 커튼이 있고, 수영장 등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는 것도 타 호텔과 경쟁에서 밀린다. 이에 대해 레스케이프 호텔 관계자는“부티크 호텔의 기본 요소인 강력한 콘텐츠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객실 내부에서 F&B(식음료) 시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의 색다른 콘텐츠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자체 보유 건물이 아닌 일부를 임대하는 형태도 불리한 조건이다. 호텔 1층 로비와 연결되는 일부 공간과 지하층은 신세계에서 관여할 수 없는 임대업장들이 들어선다. 이 건물은 얼마 전 소유권 논란도 불거졌다. 레스케이프 호텔이 20년 마스터리스 계약을 하고 들어간 AK타워는 시행사 측이 소유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고 알려졌다.

    ▲‘찻잔 속 태풍’, 호텔 시장 뒤흔들 파괴력 없을 듯

    레스케이프 호텔과 인접한 호텔은 롯데호텔, 포시즌스, 밀레니엄 힐튼호텔, 그랜드 앰배서더 등이다. 이들 특1급 호텔 관계자들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나 “우리와 타깃 고객층이 다르다”며 크게 의식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과거 콘래드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 포시즌스 서울이 오픈할 무렵 대책 회의에 바쁘던 모습과 대조적이다. 경쟁호텔들은 비즈니스 고객 유치에 필수적인 연회장이 80명 수용 규모에 불과한 레스케이프 호텔에 도심권 특1급 호텔의 핵심 고객인 대기업, 외국계 기업, 대사관에서 발생하는 수요를 뺏기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FIT(자유여행객)와 주말 내국인 손님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국내외 유명 업장과 제휴한 식음료업장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조급한 오픈 일정, 안정화까지 얼마나 시간 걸릴까

    레스케이프 호텔은 개관일이 다가오며 대형 포털 사이트 상단에 배너 광고를 올렸다. 대부분 호텔은 이 배너를 누르면 호텔스닷컴 등 포털과 연동된 OTA(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등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시스템을 통해 즉시 예약 확정과 결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런데, 레스케이프 호텔은 배너를 누르면 자체 홈페이지 첫 화면이 나온다. 여기서 힘겹게 객실 예약 페이지를 찾아 절차를 진행해 봐도 실시간 예약 확인은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응대가 미숙하고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는 고객을 받을 준비가 완벽하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레스케이프 호텔의 객실 가격은 50만 원대로 알려졌지만, 실제 예약 가능한 가격은 20만 원대에서 시작한다.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오픈이 임박해 있지만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같은 유력 OTA와는 오페라(PMS∙호텔 관리 전산 시스템의 일종) 연동이 되지 않고 있는 등 내부 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세일즈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신세계 자체 물량에 의존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접한 신세계 면세점과 백화점으로 유입되는 고객을 몰아주면 될 것처럼 보이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이른바 재벌가에서 운영하는 호텔들이 그룹 물량에 의존하게 되면 ‘일감 몰아주기’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레스케이프 호텔 관계자는 “레스케이프만의 특성을 담은 패키지를 구성해 호텔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다”며 “패키지가 아닌 일반 객실 상품의 경우 현재 씨트립, 호텔엔조이, 부킹닷컴 등 OTA를 통해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100년 역사 조선호텔 정체성은 어디로?

    신세계 조선호텔은 ‘첫 번째 자체 브랜드 호텔’로 레스케이프를 소개하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현존 호텔 기준)이라고 최근 100주년 행사를 떠들썩하게 벌인 조선호텔의 흔적은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해외로 영토를 확장하며 ‘한국적인 서비스’를 알리고 있는 롯데호텔, 한옥 호텔을 준비 중인 신라호텔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해외 체인이 위탁 운영하는 포시즌스, 파크하얏트 등도 한국적 요소로 가득하다. 한 호텔 업계 임원은 “서울 시내 호텔에 근무하는 모든 호텔리어는 대승적인 입장에서 신세계의 새로운 호텔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조선호텔이 키워온 인재들과 축적된 경쟁력이 전면에 부각되지 못하고, 전혀 다른 인물과 해외 디자이너만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안타깝다”고 했다.

    kwju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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