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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영 인 런던] 런던올림픽 취재를 마무리하며…

입력 : 2012-08-13 17:51:36 수정 : 2012-08-13 17: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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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선수단의 성적을 두고 부정적인 전망이 쏟아졌습니다. CNN은 금메달 6개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고, AP통신 등 유력 언론사들도 금메달 10개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스포츠도박사들도 7개 전후의 금메달을 예상했습니다. 좀처럼 금메달 예측이 틀리지 않았던 대한체육회 내부에서도 금메달 8∼10개 사이를 놓고 많이 고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예상들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따내며 종합순위 5위에 자리했습니다. 당초 목표인 ‘10-10’을 넘어섰고,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24년 만에 ‘세계 톱 5’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저는 억세게 운이 좋았습니다.  한국이 따낸 13개의 금메달 중 10개를 직접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런던올림픽을 마무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신아람 사건’이었습니다. 사실 신아람이 준결승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전해진 뒤 대부분의 한국 취재진은 가벼운 마음으로 취재를 갔습니다. 마침 다음날 기사거리가 고갈됐던 상황이었고, 준결승에서 브리타 하이데만을 이기리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멈춰 버린 1초’라는 어이없는 오심이 터졌습니다. 취재진은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조를 나눠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의 동선을 따라붙는 기자, 관중석에 있던 펜싱 선수단을 취재하는 기자, 피스트에 머물고 있는 신아람의 행보를 지켜보는 기자 등으로 나뉘었습니다. 약 1시간의 긴박했던 순간이 지나고 신아람은 피스트에서 내려왔습니다. 판정은 당연히 번복되지 않은 채. 관중들이 “내려오지 마라”, “신아람! 신아람”을 외쳤을 때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눈물도 핑돌았습니다.

 ‘뜨거운 눈물’도 목격했습니다. 바로 여자 역도 장미란 이야깁니다. 장미란은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아쉬운 4위였고, 장미란의 마지막 올림픽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경기 후 장미란의 얼굴에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그는 믹스트존을 그냥 칠 수도 있었지만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그러고는 한참을 뒤돌아 서 있었습니다. 눈물을 보이기 싫었답니다. 그는 차분하게 올림픽 준비과정과 결과에 대한 승복,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장미란의 솔직한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장미란은 역도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많은 응원을 받자,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놀란 듯 펑펑 눈물을 쏟았습니다. 현장에 있던 모두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귀국 비행기에 오르면서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꼈습니다. 4년 뒤에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올림픽이 열립니다. 4년 뒤에도 생생한 감동의 현장에 다시서고 싶은 욕심이 또 생겼습니다.

런던을 떠나며 정세영 체육부 기자 niners@sportsworldi.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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