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이슈스타] 신을 훔치지 않는 신스틸러, 이동휘

입력 : 2015-08-24 21:25:46 수정 : 2015-08-24 21:25:46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볼수록 참 신기하다. 어떤 작품, 누구와 부딪혀도 스펀지처럼 잘도 스며든다.

누군가는 그를 두고 명품 조연이라 부르고, 다른 누군가는 신스틸러라 부른다. 하지만 그는 전혀 신을 훔치지 않다. 특정 장면에서 돋보이려고 애쓰는 캐릭터가 아닌, 그 장면을 좀더 맛깔나게 살려준다. 그것도 MSG가 아닌, 천연 조미료처럼. 그 주인공은 바로 이동휘다.

이동휘는 최근 개봉한 ‘뷰티 인사이드’에서 21인 1역의 우진 곁을 지키는 절친 상백 역을 맡아 열연했다. ‘뷰티 인사이드’는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바뀌는 한 남자와 그가 사랑하는 한 여자 이수(한효주)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마치 꿈을 꾸듯 러닝타임 내내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며,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독보적인 로맨스를 보여준다.

그 곁에는 언제나 이동휘가 있었다. 어쩌면 21인 1역의 우진과 한효주만 등장했다면 영화가 굉장히 진지해졌을 수도 있는데, 이동휘가 연기한 상백이 있었기에 좀더 이야기가 밝게 그려지고 숨통이 트였다. 뿐만 아니다. 이동휘는 매 장면 등장하며 깨알 웃음도 선사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론 진지한 대사도 이어가며 ‘뷰티 인사이드’의 중심을 잘 붙들어줬다. 지금껏 신스틸러와는 조금 느낌이 다른, 新 스틸러의 탄생을 알렸다. 다음은 이동휘와의 일문일답.



▲‘뷰티 인사이드’란 작품을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신선하고 판타지적인 부분에 끌렸어요. 우진이란 인물에서 오는 신비로운 지점들이 굉장히 독특했죠. 저도 상백 역할을 맡으면서 신선한 느낌으로 작품에 접근했고요. ‘다음엔 누가 나올까’, ‘어떤 우진이 나와서 깜짝 놀래켜줄까’ 등 다양한 기대감으로 작품에 임했던 것 같아요.”



▲한 명의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것도 힘든데, 여러 명과 호흡을 맞췄다. 어땠나.

“사람은 한 명인데 얼굴이 계속해서 바뀐다는 설정 자체가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다른 한편으론 걱정도 많이 됐어요. 만약 어려운 선배님이 나왔을 때, 그 어려운 느낌이 그대로 스크린에 담기면 관객들을 배신하는 거잖아요. 또 상백이는 우진의 정체를 잘 아는 친한 친구인데, 혹여나 낯설음이 얼굴에 담기면 안될 것 같았죠. 그래서 효주씨와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선배님들도 ‘연기는 연기일 뿐’이라고 말해주시며 격려를 많이 해주셨죠.”



▲‘뷰티 인사이드’를 보면서, 이동휘란 배우가 이렇게 재밌는지 처음 알았다.

“평소 분위기를 주도하는 걸 즐겨하지 않아요. 그저 분위기가 다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또 여러 사람과 있을 때 깍쟁이처럼 아무말도 안하고, 새침하게 있는 걸 잘 못해요. 호응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죠. 반면, 단 둘이 만나면 한없이 과묵하거나 진지해지기도 해요. 그래서 언제쯤 영화에서 유쾌한 역할을 맡을까 기대했는데, 우연찮게 상백이란 인물이 제게 왔죠. 행복하게 연기했어요.”



▲상백이란 인물은 참 신기하다. 관객의 시각처럼 느껴지더라.

“시나리오 검토하고 작품에 들어가기 전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그 결과 상백이는 관객의 입장을 투영해야 하는 캐릭터여야만 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런 점을 초기 단계부터 신경을 많이 썼고오, 우진에게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먼 관점에서 바라보는 캐릭터가 됐죠.”



▲그러면서 진지할 땐, 한없이 진지하더라.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아이 러브 유’ 정서가 아니잖아요. 오랜만에 만나면 제일 먼저 건내는 말이 ‘밥 먹었니’ 처럼요. 그런 한국적인 감성을 상백이란 인물이 잘 보여주길 바랬어요. 친구가 병을 앓고 있잖아요. 아무리 걱정을 많이 하더라도, 친구를 당황하게 하면 안되니깐요. 그래서 최대한 우진이를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무덤덤하게 터치하려 애썼죠. 특히 사람들과 술자리 장면에서 이수에게 따로 진지하게 말한 부분도, 우진이를 위한 배려였죠.”



▲첫 우진을 만나는 장면이 인상깊던데.

“저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정말 환상의 호흡이었죠(웃음). 스타크래프트에서 ‘사드론’이란 단어가 있는데, 제가 만난 첫 우진을 연기해주신 여자 선배님께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드론’이라고 반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죠. 어찌보면 굉장히 어색할 수 있는 장면인데, 선배님 덕분에 우진과의 첫 만남부터 잘 풀렸어요.”



▲박신혜와 만나는 장면도 굉장히 재밌더라.

“저도 연기하면서 참 재밌었어요. 상백이란 친구가 예전부터 마음 속에 있던 연예인이 친구 우진의 모습으로 나타난 상황인데요. 일생일대의 기회인데, 놓칠 수 있겠어요?(웃음). 분명 안 되는 상황이지만, ‘안 되겠니?’라고 한 마디 던지며 관객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 주고 싶었어요. 제 판타지도요(웃음).”



▲‘뷰티 인사이드’는 맞춰가는 재미도 쏠쏠했을 것 같다.

“그렇죠. 개인적으로 감독님께 동료의식을 많이 느꼈어요. 모든 부분을 배우와 감독이 함께 오픈하고 공유했고, 그 위에서 합을 맞추는 재미가 굉장히 쏠쏠했어요. 기존 감독님들의 경우 스타일이 확고해서 부딪히는 면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신인감독님이라 그런지 오픈마인드더라고요. 또 저를 많이 믿어주셔서, 저도 그 믿음을 져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면, 이동휘란 배우는 욕심이 없는 배우인 것 같다.

“과연 욕심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웃음) 다만, 그 욕심이 작품 전체를 위한 욕심이어야지, 개인의 욕심이면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론 전자처럼 되고 싶어요. 어떤 특정 장면에서 신을 훔친다면, 그것은 곧 작품과 배우 모두에게 독이 되는 거죠. 영화에, 작품에, 캐릭터에 묻어 나야지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서만 노력한다면 그건 절대로 안 된다고 봐요.”



▲덕분에 ‘뷰티 인사이드’에서 상백이 빛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작품 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 이번 작품에선 대본 자체가 워낙 잘 쓰여졌다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이번 작품에서 상백이 돋보일 수 있었던 건, 백감독께서 동료의식을 갖고 전폭적 신뢰를 보내줬기 때문인 것 같아요. 또 장면 장면마다 조화롭게 편집됐기 때문에, 우진과 이수 사이에서 상백이 좀더 빛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다양한 작품에 활약이 뛰어난데, 영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나.

“그저 각 작품 속에서 살아 있는 캐릭터가 되고 싶어요. 겉으로 드러나든 혹은 드러나지 않는 배역이든, 제가 맡은 배역에 충실하다보면 관객들도 저절로 알아봐 주시지 않을까요? ‘베테랑’에선 정치적이었던 사람이 ‘뷰티 인사이드’에선 한없이 친구를 걱정하고…. 앞으로 만날 작품들이 많을 텐데, 그 작품들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많이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giback@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