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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길 기자 G세상 바로보기] '서든어택2' 종료와 읍참마속

입력 : 2016-08-01 13:28:39 수정 : 2016-08-01 13: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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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하면서 모시다시피한 제갈량은 절친한 벗 마량의 친동생인 마속(馬謖)을 곁에 두고 신뢰를 아끼지 않았다. 삼국지의 촉서(蜀書) ‘마량전’(馬良傳)에는 제갈량과 마속의 돈독함이 전해진다. 마량이 전투에서 죽자, 마속은 형을 대신해 상복은 입은 채 남쪽 정벌에 나선다. 마속이 큰 공을 세우고 돌아오니 제갈량의 신임은 더욱 커졌다.

이후 북쪽에 위치한 위나라를 치기 위해 출정하는데, 마속은 전략적 요충지인 가정(街亭)을 지키겠노라며 제갈량에게 애원했다. 고심한 끝에 제갈량은 마속에게 전술을 알려주고 기회를 주게 된다. 하지만 의욕이 앞선 마속은 제갈량의 귀뜸을 잊은 채 독단적인 판단으로 전투에서 크게 패했고, 제갈량은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아끼던 마속의 목을 베고 만다. 눈물을 흐린 제갈량을 헤아려 이를 두고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 부른다. 사사로운 감정이 있더라도 대의를 위해 원칙을 지켜야 하는 사례에 주로 인용된다.

넥슨은 온라인 총쏘기 게임(FPS) ‘서든어택’이 정점을 찍던 지난 2014년, 100억 원의 계약금을 치르고 후속작 ‘서든어택2’의 판권을 손에 넣는다. 당시 ‘서든어택’은 국내 FPS 시장을 10년 가까이 장악하고 있어서 차기작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서든어택2’에 투입된 누적 개발비는 300억 원을 웃돈다. 특히 넥슨은 2011년 ‘서든어택’의 제작사 게임하이(현 넥슨지티)를 자회사로 인수해 조카 뻘인 ‘서든어택2’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이로부터 2년 뒤인 올해 7월 6일 세상의 빛을 본 ‘서든어택2’는 기대와는 달리,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일부 게임 콘텐츠의 선정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표절 의혹과 무리한 아이템 과금 등 부정적인 목소리가 넘쳐났다. 게임을 구현하는 기술인 물리엔진의 발달로 세심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영상이 흘러나오다보니, 찰나의 순간일지언정 ‘너무 야하다’, ‘여성을 비하한다’는 식의 불만이 제기됐다. 교묘하게 편집해 퍼나른 이들도 생겨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기술 발전이 지닌 역설인 셈이다. 표절 시비의 경우 전문가들이 ‘이상 없음’으로 결론내면서 다행히 해프닝으로 끝났다.

‘서든어택2’를 제대로 혹은 꼼꼼히 즐겨본 이들이라면 전체적인 흐름에 집중하느라 어느 것이 외설인지 그리고 일부러 이를 찍어서 올리는데 정신을 팔 겨를이 없다. FPS 장르 특성상 총질과 팀워크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눈길을 다른 곳에 두기 힘든 게 사실이다. ‘야하다’는 기준 자체도 애매하다. 그 동안 출시된 수 많은 게임, 이 가운데 하드코어로 분류되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는 말 그대로 벗기기 경쟁의 중심에 있었다. 기획 단계부터 어느 정도 노출을 고려하는 건 ‘이 바닥’의 정설이자 관행이다. 게임을 소개하는 포스터만 보더라도 가슴을 한껏 드러내고, 민망한 의상을 착용한 여성 캐릭터가 다반사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서든어택2’를 향한 비난이 과할 수밖에 없는 원천적인 이유다.

실제 이용자가 아닌 제3자들의 부화뇌동(附和雷同) 식 여론전도 쟁점을 확대재생산한 게 없지 않다. 업계 종사자들은 ‘서든어택2’에 호의적이지 못한 게임 밖 시선에 대해 “과연 한번이라도 FPS를 해봤는지, MMORPG의 용어를 정확히 알고는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는다. 콘텐츠의 단면에만 집착한 채 전체를 호도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새해 벽두에 일명 일베 논란을 불러온 ‘이터널 클래시’와 같은 맥락에서, ‘서든어택2’를 몰지각한 게임으로 폄훼하는 것 역시 과한 처사다. 비판할 근거를 갖고 공정한 논조로 따져야지, 무분별한 트집잡기는 또 다른 연좌제다.

넥슨은 결국 오는 9월 말 ‘서든어택2’ 서비스를 종료키로 했다. 회사 측은 “게임성의 문제이고 과감하게 결정했다”고 말한다. 게임 기업은 콘텐츠로 역량을 설명하고 평가도 받는다. 넥슨이 지금의 극한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내놓을 작품에 대한 애착과 태도가 중요하다. 소비자들을 충족시킬 참된 콘텐츠로 승부하면 시장은 다시 넥슨을 기억한다. 이는 곧, 불현듯 스캔들에 휘말린 읍참마속의 희생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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