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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어차피 허정무' 아니지만 '어쨌든 후보군'의 오류

입력 : 2017-07-03 05:30:00 수정 : 2017-07-03 08: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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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어차피 허정무’는 절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대표팀 감독 ‘후보군이 아니다’라고 못박지 못했다. 어쨌든, 그리고 여전히 감독 후보군이라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한국 축구의 본질적인 오류이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위기에 몰렸다. 현 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대표팀 차기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무능력함이 드러난 전술과 소통 능력에서 찾아야 한다. 김호곤 신임 기술위원장은 전술과 소통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도자가 연구한 전술 이론을 선수 개개인의 강점에 맞춰 그라운드에서 풀어낼 줄 아는 전술적 현장 감각이 살아 있어야 하며, 바닥까지 떨어진 대표팀 분위기를 다잡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문제는 차기 대표팀 감독직을 두고 최대 화두가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라는 점이다. 그가 이룬 성과를 살펴보면, 맹목적으로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 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박지성(은퇴)를 중심으로 기성용(스완지시티)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을 앞세워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의 역사를 썼다. 당시 그는 선수단을 효율적으로 통솔하고, 맞춤형 전술을 펼치면서 지도자로서 역량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그가 월드컵에서 성과를 이룬 것은 7년 전이다. 현장 지도자로서 선수단과 호흡한 것은 무려 5년 전 일이다. 2012년 4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인천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현장을 떠났다. 이후 해설위원으로 활동했고, 2013년부터는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역임하며 행정 업무에 집중했다. 그라운드 냄새를 맡지 못한지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을 흘렀고, 이것은 차기 대표팀 감독 후보군에 오를 수 없는 명백한 이유이다.

이를 현실에 비교해보자.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점에 셰프가 자리를 비웠다. 셰프 영입 1순위 기준은 검증받은 레시피를 통해 각 파트 요리사를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직접 개발한 레시피를 현재 유용한 재료를 도입하고, 이를 각 파트 요리사의 강점에 따라 적용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 통해 최상의 요리를 만들어 손님 테이블 위에 올릴 줄 아는 능력이 절실하다. 허 부총재를 대표팀 감독에 올려놓는 것은, 이미 주방 일선에서 물러난 셰프 출신 경영자를 다시 주방에 배치하는 것과 같다. 좋은 레시피가 있다고 한들, 그것을 실제 주방에서 풀어낼 수 있을까. 흐름이 급변하는 현대 축구의 물결을 몸소 체험하지 못한 공백기는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치열한 전장에서 대대장이 전사했다고 가정하면, 당장 대대원을 요소에 배치해 각개전투 운용의 현장감이 뛰어난 대대장을 급파하게 마련이다. 지휘본부에 있는 사단장을 대대장으로 임명하는 일은 없다. 사단장이 각개전투의 경험도 많고 이론적으로 뛰어나다고 할지언정, 실제 대대 운용 전투의 현장 감각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논의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표팀은 허 부총재가 현실 감각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당장 이란(8월31일), 우즈베키스탄(9월5일)전에 돌입해야 한다. 중간 평가전도 없다. 당장 실전인데, 5년전 감독직을 완전히 떠났던 사람을 앉혀둘 순 없는 일이다.

또한 허 부총재가 진심으로 한국 축구를 위하고, 현장 감독 자리를 맡고 싶다면 현장으로 복귀하는 것이 우선이다. K리그든, 대학 무대든 현장으로 복귀해 현장 감각을 되찾은 후 대표팀 감독직을 노려야 한다는 뜻이다. 기술위는 과거의 과업이 현재의 능력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는 한국 축구의 본질적인 오류이다. 허 부총재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당장 내세울 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당장 내세울 수 있는 지도자를 육성·관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되묻고 싶다. 한국 축구는 여전히 누워서 침을 뱉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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