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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29. 엄마의 마음이란

입력 : 2017-08-08 20:30:09 수정 : 2017-08-08 20:3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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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면서 생로병사를 겪는다. 왕자로 태어난 부처님은 화려하게 살았지만 출가 후에는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극한의 고통을 겪었고, 말년에는 병고로 누워 있어야만 했다. 이처럼 부처님도 생로병사는 피할 수 없다. 나 역시 나이가 들다보니 병원 갈 일이 자주 생긴다. 보왕삼매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몸에 병이 없길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현께서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 하셨느니라.’

요즘 들어 부쩍 이 말이 고맙게 느껴진다. 문제는 몸이 아니라 영혼이 아픈 경우다. 인간은 생로병사를 겪어야만 영혼이 성숙한다. 심리학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심리치료는 영혼을 치료할 때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심리는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치료할 수 있지만 오감 밖, 즉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원인이 있을 때는 손을 쓸 수가 없다.

K씨는 아버지의 얼굴을 모르고 자랐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자신을 삼촌댁에 맡긴 뒤 개가를 하는 바람에 어머니 사랑도 받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혼자되는 바람에 재혼을 선택하였다.

이후 몇 번 어머니를 만나기는 했지만 두 사람은 어색하기만 했다. 아무리 친어머니지만 자신을 버리고 간 어머니를 용서하고 사랑하기란 어린 그에게 힘든 숙제였다. 만날 때마다 다정하게 대해주셨지만 ‘나는 부모님이 안계시다’고 생각하고 성공을 위해 남들보다 몇 배 더 열심히 일을 했다. 그 후 K씨는 사업 확장을 위해 구명시식을 올리던 중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다. 그의 성공에는 본인의 노력도 있었지만 개가한 생모가 이웃에게 많은 덕을 베푼 공덕이 크게 작용했던 것이다. 생모는 아들을 버리고 간 죄책감에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린 아들이 생각날 때마다 아들을 위해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렸으며, 이웃을 위해 헌신 봉사하며 항상 남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사셨다.

개가 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들을 위해 덕을 쌓고 기도를 올린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그는 지금처럼 큰 성공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이런 사실을 말해주자 그는 무척 놀라며 “저한테는 좋은 어머니가 아니었습니다. 저를 버리고 가셨으니까요. 하지만 어머니 덕분에 성공했으니 오늘부터라도 어머니께 고마워하며 살겠습니다.”

구명시식 후, 그는 어머니가 살던 동네를 처음으로 찾아갔다. 동네사람들에게 어머니에 대해 물었다. “어떤 분이셨습니까?”라고 묻자, 이구동성으로 어머니는 그 동네 천사였다고 한다. “아들에게 줄 사랑을 우리에게 주셨나 봐요.” 그는 비로소 뜨거운 모성애를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 역시 태어나자마자 친부모와 헤어졌다. 어릴 적 입양 사실을 알았던 스티브 잡스는 기계기술자인 양아버지 밑에서 기계를 만지며 어린 시절 보냈다. 그는 성공 후 한 인터뷰에서 “지금의 양부모가 1000% 확실한 나의 부모님이다”고 말한 반면 자신의 생부모는 “정자와 난자은행에 불과하다”고 말할 정도로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스티브 잡스는 선불교를 공부했지만 암 투병으로 고생하면서 친아버지의 메일에 대해 7년 만에 짧은 답장을 보낼 정도로 차가웠다. 사실 친모는 부모의 결혼허락을 받은 후에 아이를 되돌려 받을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입양을 보낼 때도 양부모의 학력과 재력을 조건으로 제시했었다. 같이 있지는 못하지만 아이에게 부족함이 없는 집으로 보내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이었다.

“곧 죽게 된다는 생각은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할 때마다 큰 도움이 된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에서 한 말이다. 스티브 잡스는 죽기 전 친부모와 화해할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우리는 보이지 않는 영혼의 네트워크 속에서 살고 있다. 지금 내가 잘 사는 것이 나 혼자만의 노력 때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현생의 업장을 푸는 것은 단순히 선택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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