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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과 세상만사] 165. 안 보인다고 없는 걸까

입력 : 2017-12-19 19:00:43 수정 : 2017-12-19 19: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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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구명시식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존재를 알리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물론 믿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믿게 된 사람도 구명시식을 통해 죽음과 함께 영원히 묻힌 비밀을 밝히고자 찾아오고 있다. 사람을 찾거나 조상의 숨겨진 유산과 보물 등 후손은 알 수가 없는 미궁의 세계에 대한 비밀을 알고자 구명시식을 청한 사람들이 그동안 셀 수 없이 많았다. 지난 번 잃어버린 탱화 때문에 찾아온 스님의 얘기도 그중 하나다.

구명시식의 기본정신은 영가를 천도하고 화해를 통해 후손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하는데 있다. 구명시식은 숨겨진 비밀을 캐거나 망자와의 만남이 주목적이 아닌 것이다. 다른 목적으로 구명시식을 하고자 한다면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간혹 곤란할 때가 있다.

교육계에 계셨던 지인이 구명시식을 부탁한 적이 있다. “제가 13세 때 아버지가 납북되셨는데 훗날 생사는 알게 되었지만 어디서 돌아가셨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알 수는 없겠습니까?” 나는 정중하고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런 부탁을 일일이 다 들어드리면 끝이 없습니다.” 낙담한 그는 “그럼 아버지 제사를 지낸다고 생각하고 좋은 뜻으로 올리고 싶습니다”라고 마음을 바꾸었다.

지인의 부친은 일제강점기 때 존경을 받았던 인사였다. 자신보다 남을 배려하고 일제의 창씨개명 강압에도 이를 거부하고 공직에서 물러났으며 조선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민족의 지도자로 늘 한복을 고집하셨다. 진정한 민족주의자였다.

구명시식이 시작되자 몰랐던 사실들이 속속 밝혀졌다. 지인의 부친은 6.25 전쟁이 터지고 많은 지식인들과 함께 북으로 납치를 당했다. 부친영가는 자신의 납북 경로를 상세히 알려주었다. “나는 황해도 신천에서 떠났지만 다리가 불편해 사리원 근방 지역에서 눈을 감았다.”

어떤 납북과정을 거쳤는지 아들에게 모두 알리고 싶다는 영가의 바람에 따라 지명을 일일이 말해주며 경로를 그려나갔다. “나는 비록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갔지만 다행히도 너희 형제들이 큰 재목으로 자라줬으니 자랑스럽구나. 앞으로도 나라에 충성하고 민족을 위해 살도록 해라.”

부친영가의 진한 부성애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구명시식이 끝난 뒤 그 분은 그동안 아버지의 생사를 추적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당시 아버지와 같이 납북되었다가 극적으로 탈출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 분 말씀에 아버지가 각기병으로 다리가 많이 부으셔서 움직일 수 없으셨다고 합니다. 그때 아버지를 업고서 탈출하려 했지만 위험이 커서 혼자 갈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 지점이 바로 사리원 근방이었습니다.”

부친영가가 지목한 지점과 탈출한 분의 증언이 일치하자 그는 매우 놀라워했다. 부친영가의 증언으로 어디서 돌아가셨는지 분명하게 알게 된 것이다. 부친은 더 이상 움직이기 힘들어 병환으로 눈을 감으신 것이 밝혀졌다. 구명시식을 통해 다시 한 번 영혼의 존재가 증명되었다.

까마귀가 모두 검다는 사실을 부정하려고 세상 모든 까마귀를 찾아 증명할 필요는 없다. 한 마리의 흰 까마귀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증명이면 족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사례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 여러 권 출간을 하였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몇 백 억 광년의 별을 발견하고는 기뻐하며 친구에게 얘기했다. 듣고 있던 친구는 ‘발견하면 뭐하나 갈 수도 없는데’라고 했다.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늘의 별이 없는 것이 아니듯이 보이지 않는 세계를 경험하는 일은 인연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 영혼을 통해 비밀을 알아내려 노력하기보다는 그저 눈을 감고 마음으로 다가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hooam.com/ whoiam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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