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6·텍사스)는 최근 아내 하원미(33) 씨와 함께 리얼리티 방송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낯선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준다는 취지의 촬영인 만큼 부부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대중에게 노출되고 있는데, 그 수위가 기대 이상(?)이다. 결혼 15년 차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다정한 스킨십과 다양한 애정 표현에 추신수에게 '텍사스 사랑꾼'이라는 별명이 새로 붙었다.
정작 추신수는 “결혼 1~2년 차 신혼부부들이 하는 건 괜찮고 오래된 부부들이 하면 이상하게 보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라며 기억 속의 한 장면을 꺼냈다. 자신이 처음 미국 땅을 밟았던 2000년, 얼핏 보기에도 연세가 지긋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을 꼭 붙잡고 함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는 것. “나도 늙으면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라는 생각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부산에서 태어난 추신수는 ‘무뚝뚝한 남자’로 대표되는 경상도 사나이다. 하지만 아내에게만큼은 예외다. “예전 부모님들은 흔히 ‘내 맘 알제?’라는 식이지 않나. 나는 말 안 하면 모르는 거라고 생각한다.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서로 그런 점이 잘 맞는 것 같다”라던 추신수는 “우리는 지금도 기회가 되면 샤워도 같이한다"라고 가감 없는 멘트를 날렸다. “나와 아들과 같은 날 홈런을 쳐도 아들 얘기만 하지 내 얘기는 안 한다”는 귀여운 질투도 더해졌다.
‘내조의 여왕’ 하 씨가 건네는 조언은 이미 텍사스 구단에서도 유명세를 치렀다. 존 대니얼스 텍사스 단장이 “추신수의 아내가 팀 전체를 상대로 연설을 해줘야 한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다. 추신수는 “아내가 하는 말이 대부분 맞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잘못된 적도 별로 없었다”라며 “말하는 타이밍도 정확하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한참 안 좋을 때 들으면 안 들리는데, 약간 안정을 찾았을 때 맞춰 말해주니 듣게 된다”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덧 삼남매의 아빠가 됐지만, 추신수는 여전히 ‘아내 바보’다. ‘엄마가 힘들게 한 음식’이라는 이유로 집안에서는 아들, 딸들의 반찬 투정도 용납되지 않는다. “맛이 없고 먹기 싫으면 차라리 아무 말 말고 방으로 올라가라”라는 게 지시사항. 자식들의 뒤치다꺼리를 끝낸 밤이면 아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함께 마셔주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는 게 ‘하원미의 남편’ 추신수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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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월드 DB,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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