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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 화씨벽(和氏璧)을 시작하며

입력 : 2018-05-02 08:00:00 수정 : 2018-05-02 09: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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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승과 오광의 항쟁을 시작으로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 진나라에 저항하는 세력은 곳곳에서 일어난다. 여불위 아들인지 여부가 지금도 논란인 진시황이 일으킨 진나라가 고작 2대 만에 무너지는 마지막 장면은 이렇다. 훗날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진나라 수도 함양에 가장 먼저 입성한다. 항우보다도 먼저. 팽현 출신 촌놈 유방의 눈이 부와 절대 권력이 집중한 곳의 화려한 문물에 휘둥그레진 것은 당연할 터. 다행히 책사 장량이 유방을 말리고 나선다. 진나라 국고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역시 장자방이다. 진나라 2세 황제 호해는 이미 간신 조고 손에 죽고 없다. 꾀를 내어 조고를 처단하고 스러져 가는 나라를 지키고 있던 진나라 마지막 왕 자영은 유방에게 전국옥새를 바치며 항복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항우가 함양에 들어온다. 유방이 선수를 친 것을 안 항우는 분이 나 그를 죽이려 한다. 유방은 항우 앞에 꿇어 엎드려 변명을 늘어 놓는다. 살기 위한 변명을. 초패왕을 위해 함양을 지키고 있었노라고. 물론 장량이 일러준대로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자영에게 받은 옥새를 항우에게 바친다. 속으론 얼마나 아까웠을까?

나중에 다시 유방 손에 들어오는 이 전국옥새는 바로 화씨벽(和氏璧)을 깎아 만든 것이다. 화씨벽의 유래는 이렇다. 초나라에 변화씨라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봉황이 깃든 귀한 옥 원석을 얻게 됐다. 옥에 세상에 있지도 않은 봉황이 깃들다니 하여간 중국 고사는 과장 그 자체다. 어쨌든 변화는 여왕에게 그 원석을 바쳤다. 옥세공인 평가만 듣고 그 원석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여왕은 자신을 능욕했다며 변화의 발뒤꿈치를 자르라고 명한다. 월형이라는 형벌이다. 다른 전설에는 다리 한쪽을 잘랐다고도 전해진다. 어느 쪽이든 고대 형벌의 잔인함이란.

절름발이로 살아가던 변화는 여왕이 죽고 무왕이 왕위에 오르자 다시 그 옥을 바친다. 새 왕도 그 원석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 변화는 남은 발뒤꿈치마저 잘리고 만다. 무왕 뒤를 이어 문왕이 등극한다. 변화는 그 소식을 듣고 사흘 밤낮을 통곡한다. 소문을 들은 문왕은 사람을 보내 까닭을 묻는다. 변화의 억울한 스토리는 왕에게 전해진다. 그를 절름발이로 만든 화근인 옥 원석도 함께 전해졌을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에는 목이 잘리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문왕은 원석을 다듬게 한다. 문왕이라고 한 눈에 천하 제일 옥을 알아봤을 리 만무하다. 돌 속 보물 보다는 양 발뒤꿈치를 다 잃고 이제는 목숨을 걸고 그 옥을 바친 자의 충심을 높이 샀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슬은 티끌 하나 없이 아름다웠다. 그것이 바로 화씨벽이다. 완벽(完璧)하다는 말은 바로 이 화씨벽에서 나왔다. ‘둥글 완’자에 ‘구슬 벽’자다. 영어로 퍼펙트(perfect)를 대신할 우리 말 혹은 한자로는 완벽이 적격인 데도 이견이 없다. 다만 그것이 둥근 구슬이라는 뜻이라는 게 흥미롭다. 화씨벽에 얽힌 얘기는 이것이 다가 아니어서 칼럼 한 편에 다 쓸 수는 없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마저 하겠다.

첫 회이니 칼럼 제목을 화씨벽으로 잡은 이유를 이야기 하려 한다. 완벽이란 말이 만들어진 지 2천 몇 백 년이 지났다. 그 전에는 완벽이라는 말이 없었다는 얘기다. 지금은 흔하게 쓴다. ‘완벽하다’는 말을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곳은 바로 골프다. 더 정확히는 골프볼 광고다. ‘완벽한 컨트롤’. ‘완벽한 볼’. 매년 비거리를 더 늘렸다고 자랑하는 드라이버나 아이언 따위가 나온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비거리를 낼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클럽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골프 클럽 쪽은 완벽하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골프볼 쪽은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광고가 한 둘이 아니다. 정말 그럴까? 프로 골퍼인 나도 얼마전까지는 진짜 그런 줄 알았다. 골프볼은 완벽하게 둥근 줄 말이다. 골프볼 회사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은 어떨까? 골프볼이 완벽하다고? 천만의 말씀 올시다.

화씨벽은 얼마나 완벽했을까? 진시황이 승상 이사에게 명해 화씨벽을 깎아 도장을 만들어버렸으니 확인할 길이 없다. 전국옥새라도 남아 있으면 정말 티끌 하나 없는지 짐작이라도 해 볼 수 있을 텐데. 그것마저 사라지고 없다.

‘완벽한 구’란 어떤 것일까? 우선 둥글다는 것은 중심에서 겉까지 거리(반지름)가 어디를 재든 같아야 한다. 표면도 정말 둥글어야 하고. 어느 한 부분 평평해서는 안 된다. 무게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속이 말할 수 없을 만큼 고르게 채워져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완벽한 구’가 되려면 ‘완벽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지금 우리가 쓰는 골프볼은 이런 조건을 충족할까? 안타깝게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 다음 회에 계속하겠다.

<엑스페론 골프 부사장 겸 KPGA 경기위원/ cafe.naver.com/satang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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