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의 ‘트릭’은 조롱의 대상이 됐다. 심지어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은 ‘트릭 공격수’가 됐다. 왜 이런 논란이 발생한 것이고, 논란이 되는 것일까. 전후 사정을 꼼꼼히 살펴보자.
신태용 감독이 최초 “트릭이었다”라고 말한 것은 스포츠월드 본지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당시 기자의 질문은 ‘김신욱-황희찬 투톱 카드’ 자체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다. 당시 질문을 정확하게 다시 설명하자면 ‘김신욱 황희찬 투톱 카드를 꺼냈다는 것은 김신욱의 제공권을 활용하겠다는 의미인데, 좌우 측면에 배치한 이승우와 문선민은 측면으로 파고들어 크로스를 올리는 유형의 윙어가 아니라 중앙으로 파고들어 기회를 만드는 유형이다. 이들을 동시에 선발 명단에 올린 이유가 무엇인지’이다.
질문의 요지 자체가 전술적인 움직임이었고, 신태용 감독의 “트릭이었다”는 답변은 결코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신태용 감독이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답변하고자 했던 정석을 볼리비아전 전술 분석을 통해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스웨덴의 수비가 견고하기 때문에 좌우 미드필더들이 중앙으로 파고들어 상대 포백 수비수 사이 간격을 좁혀주고, 이를 통해 좌우 풀백 자원이 측면 공격진영으로 올라와 크로스를 올리는 패턴을 점검하려는 생각이었다. 박주호를 풀백에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풀백의 크로스가 올라오면 김신욱의 머리를 노릴 수 있고, 직접 슈팅이 아니더라도 중앙으로 파고든 이승우, 문선민이 세컨드 볼을 통해 다시 공격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것을 점검했다.”
실제로 이날 김신욱의 결정적인 2차례 헤딩슛 역시 박주호의 발끝에서 올라온 크로스 하나와 이용의 발끝에서 전달된 크로스 하나였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답변의 정석을 원한 것일까. 그 어떤 감독이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전술은 이렇습니다’라고 답변할까.
이곳 레오강 현장에서 지켜본 기성용은 눈에 불이 켜져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처럼 선수단을 끌고 가고 있다. 손흥민의 등에서는 이전에 보지 못한 아우라가 보인다. 이처럼 듬직한 선수가 없다. 부담감과 책임감을 스스로 짊어지면서도 ‘할 수 있다’를 외치고 있다. 막내 이승우는 지난해 2017 U-20 월드컵 때와 확실히 달라졌다. 그렇게 성숙해 보인다. 현장에서는 23명의 선수가 모두 똑같이 이를 악물고 달리고 있다. 근거 없는 불화설에 휩싸였던 손흥민과 정우영, 김민우는 서로 어깨를 감싸고 손을 맞잡으며 발을 맞추고 있다. 훈련장 밖에서는 밝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그라운드를 밟으며 진지하게 훈련에 몰입한다. 코치진, 지원스태프, 선수를 통틀어 훈련에 집중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가 그렇게 발악을 하고 있다.
왜 우리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이렇게 발악을 하는 대표팀을 비난해야 할까. 정말로 대표팀이 3패를 당하고 돌아오길 바라는 사람처럼.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권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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