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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약이 공부에 도움?… 믿다간 큰 탈

입력 : 2018-07-24 03:00:00 수정 : 2018-07-23 18: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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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철 청소년 약 처방 급증
환각·망상… 자살 충동 일으켜
취업 면접 때 고혈압약 먹기도
진정효과는 커녕 실신 가능성
[정희원 기자] 대기업 사원 정모 씨(31·여)는 자립형 사립고를 다닌 탓에 경쟁압박이 심했다.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질 않자 결국 고교 1학년 겨울방학, ADHD치료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의외로 ‘약발’이 잘 받아 놀랄 만큼 집중력이 높아졌다. 잠을 많이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아 공부시간이 늘어나다보니 성적도 향상됐다. 약은 수능시험이 끝난 뒤 임의로 복용을 중단했다. 대입 후에는 취업준비 기간이 길어지자 마음이 초조해졌다. 현 직장에 오기 전까지 매번 면접에서 탈락돼 마음이 불안했다. 이번엔 마음을 안정시켜주고 평안하게 만들어 준다는 고혈압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복용했더니 당장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면접에 합격했다. 그는 “내심 약들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준 게 아닐까 생각은 한다”며 “하지만 분명 떳떳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돼 남들에게 굳이 이런 사실을 말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어 “고혈압약은 잘 모르겠지만, 고교 시절 ADHD 치료제를 복용하던 아이들이 종종 있었다”고 소회했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약의 힘’을 빌리려는 젊은층이 부쩍 늘고 있다. 수능 경쟁에서 압박감을 견디고, 사상 최대 취업난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신의 증상과 상관없는 약을 처방받는 것. 고등학교 때에는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치료제를, 대학 입학 후 취업 면접을 준비할 때에는 고혈압약을 찾는 식이다.

국내서 ADHD 환자수가 가장 많은 시기는 수능시험이 있는 11월이다. 건강보험공단은 2016년 ADHD환자가 5년 새 12%가 증가했고, 약물처방을 받은 환자 중 10대 청소년이 6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ADHD 치료제가 ‘집중력 올리는 약’으로 포장되며 학부모들의 처방요구가 11월에 급증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증상이 없는 일반인이 ADHD약을 먹으면 학습능력 향상보다 부작용에 노출될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정상적인 아이가 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염산염 등을 잘못 복용하면 두통, 불안감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심한 경우 환각·망상뿐만 아니라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있어 성적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복용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많은 인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DHD약물 복용을 하더라도 기억·집중력 개선 효과는 적거나,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플라시보 효과일 경우가 높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글로벌뇌과학재단도 논문 분석 결과 학생·청소년 등 일반인이 ADHD약을 복용했을 때 인지능력이 향상된다는 보고는 일부에 국한됐다고 밝혔다. 오히려 이러한 약물 오용은 정신병·심근경색·갑작스러운 죽음과 연관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혈압약은 어떨까. 취준생이 가장 많이 처방받는 약물은 인데놀이다. 이는 고혈압, 부정맥 등 심장질환 환자에게 쓰는 혈압조절제다. 진정효과가 빠르고 잠도 오지 않는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약을 찾고 있다. 이미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청심환’보다 효과 좋은 안정제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정상혈압을 가진 사람이 이런 고혈압치료제를 먹으면 마비증상, 저혈압, 실신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커뮤니티에서는 긴장을 줄이기 위해 이를 구입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을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개원가에도 안정제로 복용하기 위해 고혈압약을 처방받으려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서 병원을 운영중인 한 내과 전문의는 “시험이나 면접 등을 앞두고 인데놀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졸리지 않고 진정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입소문을 많이 탄 것 같다”고 했다. 또 “이 경우 워낙 적은 양으로 처방되는데다 혈압약이기 때문에 다른 항불안제보다 의존성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환자가 기존에 앓고 있는 질병이나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과 상충이 되지 않는지 꼭 의사와 상담 후 약을 구입하고 복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데놀이 효과 좋은 진정제로 회자되면서 불법 유통되는 사례도 잦아 주의해야 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간혹 불법적으로 인데놀을 중고거래 하거나, 의사나 약사가 아닌 사람이 집중력에 좋다는 약으로 속이며 더 비싸게 파는 일화도 있다.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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