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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7-24 09:13:19, 수정 2018-07-24 09:13:19

    [이슈스타] '영화 감독' 구혜선 "아름다운 호러 멜로물 연출하고 싶다"

    • [스포츠월드=배진환 기자]

      배우 구혜선(34)은 이제 영화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제법 잘 어울린다. 몇 차례 단편에 이어 장편영화까지 제작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그런 구혜선이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단편영화 ‘미스터리 핑크’를 연출한 감독이자 배우, 여자인 자신의 삶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가지고 취재진 앞에 섰다.

      이 자리에서 구혜선은 여자로서, 배우로서 민감할 만한 몸의 변화와 세월의 흐름에 대해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주변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는 그의 단단한 소신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구혜선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미스터리핑크’는 배우 양동근이 사랑하는 여자를 가두려는 남자 인호 역을, 서현진이 인호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는 여자 주인 역을 연기했으며,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대물림 되는 아픔을 공유하는 내용을 담았다.

      -배우보다 연출자로 나서면서 달라진 점은.

      “자신감을 많이 상실했다. 오히려 어릴 때는 무식해서 엄청 용감했는데 이제는 모든 게 무섭다. 소심해졌다. 배우도 그렇지만, 연출은 스탭들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나는 작품을 빨리 찍으려고 노력한다. 제작비나 이런 것에 어려움도 있고 그러니까 시간을 빨리, 집중해서 찍기 때문에 다른 작품을 할 때 호의적으로 해주시는 거 같다.”

      -연출이 연기와 많이 다른가.

      “배우로서 연기를 하면 예민한 게 있다. 하지만 연출을 할 때는 세상 좋은 사람처럼 보여지려고 한다. 연출을 앞으로 계속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주위에 신세를 많이 지고 찍는 것 같다.”

      -‘미스터 핑크’는 여성 문제를 다뤘는데.

      “아무래도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에 대한 작업을 하는 것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향인 것 같더라. 나이를 먹어가면서 상실되는 것들과 인정해야 하는 것들을 극대화해서 표현할 수 있는 게 영화가 아닐까 생각해서 단편 영화를 만들게 됐다.”

      -이야기 모티브는 어디서 가져왔나.

      “내가 늙어간다는 생각이 많았다. 화면을 보면서 어느날 스무살 때의 얼굴이 아니더라. 지나가는 시간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고 그런 생각을 하다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그 과정에서 이런 상상을 해봤다. 과연 사랑이라는 것이 나를 사랑하는 것인가, 내 이 시간을 사랑하는 것인가. 결국은 그 이전의 시간도 나이고 그 이후에도 나일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연출을 했다.”

      -판타지 영화를 주로 하는데 영감은 어디서 나오나.

      “배우는 바깥 생활이 자유롭지 않아서 혼자를 도를 닦는 시간이 굉장히 많다. 나 혼자 집안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가 있고 그러다보면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원초적으로는 백수라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 어릴 때부터 방송일을 하면서 현실에 대한 경험은 부족하기 때문에 ‘내가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 때 관객들이 공감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 때문에 비현실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 같기도 하다.”

      -캐스팅이 화려하다. 배우들을 참여시키는 비결은.

      “캐스팅은 매니지먼트를 통해서 한다. 물론 배우와 친해서 쉽게 섭외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나도 배우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이 편안하게 받아주는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배우였을 때는 이런 감독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매뉴얼이 많았다.”

      -캐스팅할 때 배우들의 어떤 점을 주로 보나.

      “‘어떤 배우는 이런 것이 어울릴 것이다’라는 생각은 사실 없다. 나는 그냥 스케치만 하면 색칠은 누가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배우들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거나 대중에 편견이 생겼다거나 이런 경우가 더 반전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진 배우에게 제안을 했을 때 배우들도 잘 받아들이는 것 같다.”

      -주목하고 있는 배우가 있나.

      “나와 작업하고 싶어하는 배우는 다 주목하고 좋아한다. 내가 직접 출연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건 제작비가 많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 예산이 빠듯하고 다들 양보를 하면서 제작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연출료도 없고 출연료도 없다. 지금까지 모든 것이 다 열정으로 한 거다.”

      -또 장편을 찍는다면 어떤 영화일까.

      “판타지를 준비하고 있다. 호러 멜로물이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했던 시나리오인데 투자가 안 되고 있다. 공포와 호러스러움을 재밌고 아름답게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특이하고, 아름답고, 무섭고 그런 사랑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각본, 감독을 비롯해 편집 등 모든 부분에 참여하는데.

      “제작비의 어려움을 늘 겪어서, 직접 안하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그렇다. 뭐 하나라도 아끼려는 생각에 편집도 배워서 하고, 음악도 만들게 되고, 그렇게 시도하게 됐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오겠지만 지금은 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후덕해진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살이 많이 쪄서 기사도 나고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했다. 부천 영화제 행사에서 ‘살찐 구혜선입니다’라고 소개할까 고민할 정도였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겨울에도 춥지가 않고 열이 많아지는 것을 느낄 때, 나의 실제적인 몸의 변화를 체감할 때 ‘나이가 드는구나’ 싶은 것 같다. 배우를 하면서 내가 늙어간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jbae@sportsworldi.com
      사진=부천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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