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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8-01 08:00:00, 수정 2018-07-31 21:58:50

    [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⑪] 사이드 스핀이 없다고?

    •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사이드 스핀이 있는 줄. 감쪽같이 믿었다. 골프볼이 날아가다 방향이 휘는 것은 사이드 스핀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슬라이스는 오른쪽으로 스핀을 먹고 훅은 그 반대라고 짐작했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가르쳤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니? 사이드 스핀이란 골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니?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어설퍼 보이는 이가 이 주장을 했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귀를 닫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미국 PGA 클래스 A 과정’을 마친 프로 골퍼였다. 그리고 현재 가장 신뢰할 만 하다고 골퍼들이 여기는 골프 시뮬레이터(골프 스윙 측정 장비) 업체 소속이었다. “진짜로 사이드 스핀이 없느냐?”라고 나는 몇 번이나 물었다. “그렇다!”라고 그는 확신을 갖고 되풀이해 말했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드라이버 헤드는 로프트 각도가 8.5~11.5도 정도다. 물론 로프트 6도나 7도짜리를 쓰는 비범한 골퍼도 있다. 12도 넘는 것을 쓰는 여성이나 시니어 골퍼도 있고. 어쨌든 플러스 로프트로 골프볼을 치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것도 티에나 놓고 올려 친다. 정확히는 드라이버 헤드가 저점을 지나 올라가면서 맞는 것이다. 드물게 드라이버 헤드가 내려가면서 볼을 맞히는 경우도 있다. 미국 PGA 투어 프로는 평균적으로 이렇다. 어택 앵글(헤드가 볼과 만나기 직전에 움직이는 궤도의 각)이 마이너스다. 정확히는 마이너스 1.9도가 평균이다. 그래도 드라이버 로프트가 그보다 훨씬 더 플러스(8.5~11.5도)이기 때문에 볼은 뜬다. 그래서 발사각이 10~16도쯤 나온다.

      이 상황에서 볼이 옆으로 회전할 방법이 있을까? 잠시 독자 오른손을 드라이버 헤드라고 생각해 보자. 수직에서 10도쯤 오른쪽으로 기울이자. 왼손바닥이 클럽 페이스라고 가정해 보자. 왼손은 주먹을 쥐고 골프볼이라고 상상한다. 오른손 바닥으로 주먹 쥔 왼손을 때리면 어찌 될까? 물론 오른손을 오른쪽으로 기울인 채. 당연히 왼쪽 주먹 아래쪽부터 오른 손 바닥과 닿는다. 골프볼이 깎여 맞는다는 얘기다. 그럼 어떻게 될까? 볼은 백스핀을 먹는다. 백스핀과 사이드 스핀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을까?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불가능하다.

      사이드 스핀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로프트를 0도(수직으로 세운다는 얘기다)로 하고 옆구리를 빗당겨치는 것뿐이다. 티업 한 높이 대로 날아가면서 옆으로 돌 수는 있겠다. 그러나 티 높이보다 높게 뜬다면(정상적인 샷이라면) 사이드 스핀은 존재할 수 없다. 이 설명을 귀를 쫑긋하고 듣고 나서도 내 자신을 납득시키는데 한참 걸렸다. 겨우 이해가 되고 나서 돌아와 다른 선배 프로들에게 이 ‘놀라운 사실’을 전했더니 도무지 믿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왜 사이드 스핀이 없어?”라는 추궁이 돌아왔다. 나는 내가 들은 대로 침을 튀겨가며 설명했다. 그래도 쉽게 수긍하지 못했다. 내가 프로가 된 이후 사부로 모신 선배 프로를 이해시키는데도 한 달 가까이 걸렸다. 그는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의 대들다시피 하고 나서야 마음을 열었다. 30년 넘게 사이드 스핀이 있다고 생각하고 산 골프 고수들에게 반대 주장을 이해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볼은 왜 방향이 휘는 것일까? 사이드 스핀도 없는데. 사이드 스핀이 없다는 사실을 내게 일깨워준 그 젊은 프로는 설명을 이어갔다. 그것은 볼이 회전하는 축이 틀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스핀 액시스(spin axis)’라는 용어를 썼다. 굳이 우리 말로 해석하면 ‘회전축’이다.

      쉽게 말하면 클럽 페이스와 볼이 만나는 순간 ‘회전축’이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기운다는 얘기다. 정통으로(반듯이) 맞으면 회전 축에 변화가 거의 없다. 그런데 빗맞으면 순간적으로 틀어진다는 것이다. ‘회전축이 틀어진 채 백스핀을 먹으며 날아가기 때문에 한쪽 방향으로 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구도 자전을 할 때 약간 기운 채 돌아간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을 자전축이라고 하는 건 다 아는 얘기일 터. 나도 ‘스핀 액시스’를 이해할 때 기울어진 채 자전하는 지구를 떠올렸다. ‘사이드 스핀은 없고 볼이 휘는 것은 회전축 때문이라는 사실’은 이제 알았을 터다. 남은 일은 회전축이 틀어지지 않도록 반듯이 치는 것뿐이다. 그런데 알아도 어렵다. 똑바로 치기가.

      김용준 프로(한국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 및 엑스페론골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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