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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엿보기] 협상, 여주인공의 존재감 그리고 무력감

입력 : 2018-09-11 10:12:07 수정 : 2018-09-11 1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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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권력 앞에서 정의는 승리할 수 있을까.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 손예진과 현빈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태국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인질극.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위기협상가 하채윤(손예진) 경위는 제한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현빈)를 멈춰야 한다. 소개팅 중이라도 사건이 발생하면 미니스커트 차림이라도 기꺼이 현장을 찾는 하채윤 경위지만, 이유도, 목적도, 조건도 불분명한 민태구 앞에서는 쓰린 눈물을 삼킬 뿐이다. 하채윤 경위는 과연 민태구를 설득시킬 수 있을까. 영화 ‘협상’이다.

‘협상’은 한국영화 최초로 ‘협상가’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다. 이종석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종석 감독은 ‘협상을 소재로 한 이유’에 대해 “새로움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제한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것이 관건이었다. 다소 생소한 ‘이원촬영’ 기법이 사용된 이유이기도 하다. 작은 모니터를 사이에 둔 두 배우의 한 치 양보 없는 팽팽한 대결은 가히 인상적이다.

캐릭터 설정도 흥미롭다. 범죄오락물임에도 여주인공 하채윤 경위가 극 중심에 선다. 그것도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뽐내며.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현빈의 도전만큼이나 흥미로운 대목이다. 실제로 올 추석을 앞두고 개봉하는 영화들 가운데 여자주인공은 손예진이 유일하다. 손예진은 하채윤 경위에 대해 “정의로움이 기본 바탕인 인물”이라면서 “조직에 순응하지만 동시에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무력감’ 또한 느껴진다. 거대한 권력을 맞닥뜨리게 된 하채윤 경위는 길을 잃는다.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설정된 또 다른 어떤 시나리오 속에서 협상가 대신 경위에 머무르고 만다. 민태구 뒤에 가려진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오히려 힘이 빠져버리는 까닭이다. 더욱이 영화 속 권력형 비리 또한 이제는 그다지 신선한 소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하채윤 경위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정의를 외친다.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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