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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현의 톡톡톡] 미스 선샤인

입력 : 2018-10-03 13:26:01 수정 : 2018-10-03 13: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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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1793년, 전라 지역 만석지기 어르신 댁에 또 한 번 경사가 났습니다. 둘째 애기씨가 태어난 것이지요. 위로 두 명의 오라버니와 한명의 언니를 두고 태어난 그녀가 유달리 반짝이는 눈망울에 오똑한 콧날을 가지고 태어났는지는 확인된 바 없습니다만, 모든 사람들의 축복 속에 사랑을 듬뿍 받고 태어났음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아버지께서 소유한 토지만 450만평인지라 그곳에 산다면 누구라도 아버지의 땅을 밟고 걸어 다니고, 아버지의 땅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을 터인데 그녀 부친의 인품이 워낙 뛰어나시고 항상 주변에 덕을 베풀어 오신지라 어느 누구 하나 그녀의 태어남을 시기할 자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구한말 조선을 구하고자 한 고애신 애기씨를 보아도 느끼는 것이지만 혈통과 가풍은 자손대대 이어지는 것인가 봅니다. 어려서부터 이웃을 사랑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자란 전라의 둘째 애기씨는 바른 법도와 사람을 대하는 따뜻함을 배우며 성품 또한 긍정적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게다가 태어나면서부터 가풍으로 익혀온 서학은 어린 그녀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기억하게 합니다. 

 

모든 변고는 정조대왕께서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상한 소문이 들려오고 세상이 어수선해지더니 사랑하는 아버지께서 감영에 끌려가시고… 신유박해라는 이름하에 타인에게 조그만 해 한번 입혀본 일 없으신 아버지, 어머니, 오라버니들 모든 가족들이 참형을 당했습니다. 6살, 3살 남동생들도 뿔뿔이 관노로 끌려가고 9살 애기씨는 거제에 관비로 끌려가게 됩니다. 10년도 안 되는 인생에 꽃길만 걸어왔던 애기씨가 추위와 싸우며 거제까지 300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걸어서 갑니다. 그녀의 가시밭길이 시작된 것이지요. 이 애기씨가 바로 복자 유항검의 딸, 유섬이입니다. 

 

조선을 구하는 고애신 애기씨에게는 그녀를 지켜주는 유진초이와 손에 들고 있는 총이라도 있었지만, 9살 애기씨 유섬이에게는 하느님만 있었을 뿐 현실 속 그녀 곁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고사리 같은 손안에 숨겨둔 작은 십자가나 있었을까요. 과연 혈혈단신 유섬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녀의 인생이 세상에 알려진 건 2014년이었습니다. 그 당시 그녀에 대한 거제 부사의 기록을 발견하게 된 것인데요. 그와 함께 그녀의 무덤 또한 발견이 되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준비하고 있는 공연 뮤지컬 ‘유섬이’ 얘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10월 18일에 시작합니다. 뒷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ㅎㅎㅎ 고맙습니다.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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