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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이슈] 최태웅 감독, 문성민 ‘원포인터’ 쓰지 않는 이유

입력 : 2018-10-23 06:00:00 수정 : 2018-10-23 09: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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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문성민은 현대캐피탈의 중심이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쾌조의 개막 2연승을 내달렸다. 우승 후보로 꼽는 대한항공과 삼성화재를 모두 꺾었다. 1라운드 최대 관문을 넘었기 때문에 뜨거운 초반 행보를 펼칠 기회를 잡았다.

 

최태웅(42) 현대캐피탈 감독의 결단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에이스 문성민(32)을 라이트 파다르의 백업으로 설정했다. 문성민은 웜업존을 지키면서 파다르를 지원 사격한다. 상황에 따라 레프트도 소화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팀의 중심인 문성민을 웜업존에 둔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평소 솔선수범하며 누구보다 성실한 선수라는 것을 잘 알기에 고민이 더 컸다. 하지만 팀을 위해서, 또한 문성민을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시즌을 더 치러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문성민 역시 감독의 판단을 존중하고, 가슴으로 따르고 있다.

 

팬도 충분히 이해하는 모습이다. 문성민은 지난 2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치른 삼성화재전에서 이번 시즌 처음으로 출전했다. 4세트 중반 전광인 대신 코트를 밟았다. 체육관은 열광에 빠졌다. 문성민의 등장에 팬 모두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환호는 더 뜨거웠다. 문성민은 “가슴 속에서 뭔가 뭉클함을 느꼈다. 소름 돋았다”고 말했다. 팀 스포츠에서 희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하는 대목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태웅 감독이 웜업존의 문성민을 단 한 번도 원포인트 서버, 또는 원포인트 블로커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대한항공과의 시즌 개막전에서는 아예 출전하지 않았고, 삼성화재전에서는 4세트 중반 코트에 들어가 끝까지 지켰다.

 

문성민은 지난 시즌 세트당 평균 0.383개의 서브로 이 부문 5위에 올랐다. 국내 선수 가운데 1위였다. 블로킹에서도 세트당 평균 0.392를 기록했다. 순위권은 아니었지만, 센터 포지션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준급 블로커이다. 경기 중 원포인트 서버나 블로커로 활용한다면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문성민을 원포인트 서버나 블로커로 활용하지 않았다.

 

최태웅 감독은 스포츠월드와 만나 “나는 자원이 있으면 적극 활용하자는 성향의 지도자이다. 좋은 자원이 있으면 활용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태웅 감독은 이시우를 원포인트 서버로 적극 활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그러나 문성민은 예외였다. 최태웅 감독은 “만약에 원포인트 블로커로 들어갔는데, 상대가 서브 범실을 하면 그냥 들어와야 한다. 그 모습은 못 보겠더라”며 “문성민은 여전히 현대캐피탈의 중심이다. 팀을 위해 갑작스러운 변화에 희생하고 있다. 끝까지 자존감은 지켜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시즌을 치르다보면 절체절명의 순간이 온다. 그 상황이 오면 최태웅 감독은 문성민을 원포인트 서버나 블로커로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최태웅 감독도, 문성민도 팀을 위해 서로 존중하고 있다. 배구의 진짜 가치가 아닐까.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KOVO,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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