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추지영 프로의 스윙 톺아보기] ② 매너가 실력보다 중요하다

입력 : 2018-10-24 10:00:00 수정 : 2018-10-24 12:46:11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골프는 매너의 스포츠다. 구력이 좀 되는 독자라면 이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할 터다. 그렇다면 우리는 골프장에서 매너있는 행동을 하고있나 생각해보자. 1타에 모든 것을 바치는 프로선수가 아닌 이상, 가장 중요한 것은 다 함께 즐겁게 플레이를 했는지 여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난 방과 후 친구들과 분식집에 들려 떡볶이를 먹으며 수다 한판(?) 때리던 평범한 제주 소녀였다. 골프라는 생소한 스포츠를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골프를 접하면서 방과 후 하루 5~6시간 골프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놀고 싶어도 골프연습장으로 향했다. 그게 하루일과의 마무리였고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연습을 해야 발전이 있었고, 하루하루 배움과 시련을 반복했다. 생크만 일주일동안 내내 쳐보기도 했었고 화가 나서 많이 울기도 했다. 골프연습도 초등학교 때 하루 500개 이상의 볼을 때렸다. 추석 설날도 없었다. 어프로치와 퍼팅 연습까지 더하면 족히 1000개는 넘었다. 6개월동안 단 하루도 쉬지않은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나이때 해야할 것과 추억이 남들보다는 적었다.

 

그런 생활을 했었던 나도 첫 라운드는 긴장을 숨기지 못했다. 지금은 사라진 골프장이지만 제주컨트리클럽이라는 곳에서 첫 라운딩을 했다. 그런데 그 전에 아버지와 선생님께서 매너와 여러가지 룰을 상세하게 거듭 가르쳐주셨다. 스윙과는 또 다른 습득과정이었다. 또 고수였던 언니 오빠가 동반 라운드를 해주면서 ‘이렇게 하면 안돼’, ‘이건 이렇게 해야돼’, ‘이때는 조용히 있어야 해’ 등 처음이었던 나를 잘 챙겨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직도 그때의 고마움은 잊을 수 없다. 난 골프를 업으로 삼게 되면서 그 과정에서 좋은 ‘에티켓 선생님’들을 만났던 셈이다. 

 

근무하고 있는 골프클럽에서 있었던 얘기다. 회원들과 월회 대회를 했는데 한 팀에서 생긴 일이다. 한 분은 80대를 치시는 분이었고 나머지 분들은 100개 정도 치는 초심자였던 것 같다.

 

그런데 분명 잘 치는 분인데 스코어 제출을 했을때 성적은 100개 수준이었다. 깜짝 놀랐지만 골프라는 스포츠가 예민하고 섬세하기 때문에 그날의 스윙도 컨디션에 따라 10타 이상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면 괜히 초보 동반자를 챙기다가 본인의 플레이를 하지 못했구나 싶었다. 

 

알고 보니 초보 동반자였던 이OO 회원님이 골프 에티켓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직접 얘기를 들어보니 다른 사람이 공을 칠 때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잘 몰랐다고 한다. 잔디에서 볼을 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에 벅차 매너와 룰을 몰랐던 그 회원님은 조용히 챙겨주던 분의 배려와 그의 스코어를 생각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차’ 싶었다. 미리 에티켓까지 가르치지 못한 나 자신이 선생님으로서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이 일을 계기로 레슨도 중요하지만 연습장이나 필드에서 지켜야할 에티켓도 필히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요즘엔 스크린골프의 등장으로 골프 입문의 길이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 꼭 부자들이 하는 귀족스포츠가 아니라는 인식도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최경주, 박세리, 안선주, 전인지 등 한국골프를 알린 명선수들의 끊임없는 등장도 골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식지 않게 했다. 

 

그럴수록 매너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필드는 물론 편하게 연습을 하는 곳조차 기본적인 것들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연습장에서도 마주치는 사람들과 눈인사 정도 나눌 수 있는 여유, 또 필드에 나가서는 일하시는 분들과도 갑질이 아닌 따뜻한 말 한마디로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골프는 훨씬 더 즐거워질 것이다. 상대방과 즐겁게 플레이하는 것, 나만의 골프가 아닌 동반자와 다같이 즐기고 웃고 헤어진다면 당연히 다음 만남도 이어진다. 

 

선수와 아마추어는 다르다. 선수는 경쟁에서 싸워야하고, 1타의 실수를 곱씹으며 눈물로 밤을 지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함께 격려하며 즐기는 사람들이다. 기분좋은 ‘OK’를 외치고 대화의 꽃을 활짝 피운다면 설렁 내기를 해서 조금(?) 잃었더라도 즐거운 하루가 아닐까. “굿 샷!” 한 마디와 칭찬을 아끼지 말자.

 

내 글을 읽는 분들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플레이하기를 바란다. 필승을 위해 ‘꼴불견 플레이어’라도 감수하겠다는 분들은 냉정히 다른 스포츠를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호승지심(好勝之心)과 꼴불견은 다르다. 영화 킹스맨의 대사가 기억난다.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골프는 자신만의 볼을 치는 개인스포츠이기도 하지만 서너명의 동반자가 함께하는 단체 스포츠이기도 하다. 서로간 매너와 에티켓을 지킬 때 골프는 더욱 좋아진다. 

 

*추지영 프로는…

 

△국가대표(2003~2004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정회원 △Nicklaus/Flick Golf School 수료 △퀀시리트컵 아시아 골프선수권 대회 우승 △제니아 엔조이골프투어 준우승 △잭니클라우스 홍익골프 아카데미 소속프로(현)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