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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배우지 않아도 쉽게 할 수 있죠"

입력 : 2018-11-20 03:00:00 수정 : 2018-11-19 18: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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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아티스트서 사업가로
'투인원' 화장품 선봬 인기몰이
"개개인이 가진 매력 다 달라
획일화된 미의 기준 벗어나야
사고 싶은 화장품 만들겠다"

[이지은 기자] “20년, 아니 21년째 메이크업을 하고 있습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황방훈 디렉터는 자신의 연차를 세면서 스스로 놀라워했다. 21년 전 방송국 분장사들 사이에서 화장법을 연구하던 미술학도는 이제 처음 만난 여자의 신발 스타일만 봐도 어울리는 화장법을 아는 전문가가 됐다. 그러나 메이크업을 향한 열정만큼은 그때와 변함이 없다. 사무실 벽면을 빼곡히 채운 색상표와 이미지 컷, 메모가 이를 증명한다.

◆ “농사짓기 싫어”… 메이크업으로 배수의 진

어린 시절부터 황 디렉터의 메이크업 사랑은 유별났다. 전북 김제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살이 타는 게 싫다’며 농사일을 도울 시간에 TV 속 연예인들의 얼굴을 살폈다. 미술 특기생으로 산업디자인학과에 입학했을 정도로 시골 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예술 인재였다.

그러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시작은 처참했다. 디자인 대학을 자퇴하고 메이크업 학원에 등록했지만, 전체 수강생 35명 중 30등의 성적표를 받았다. 하위권 성적으로는 취직도 되질 않아 졸지에 백수가 됐다. ‘이걸로 밥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게 당시의 솔직한 심정. 황 디렉터는 “부모님께서 돈 들여서 보내준 대학을 그만두고 선택한 일인데, 이것마저 그만두고 집에 돌아가면 농부밖에 길이 없었다”며 “농사만큼은 정말 짓고 싶지 않아서 배수의 진을 쳤다”고 회상했다.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생소했던 초창기, 어렵게 일자리를 구하고도 “여보세요”만 듣고 전화를 끊는 여성 고객들을 설득해야 했다. “화장도 안 해본 남자가 어떻게 여자를 화장하냐”는 핀잔에 더 열심히 직접 얼굴에 색조 화장품을 발라보기도 했다. 이런 노력이 쌓여 이젠 ‘여자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황 디렉터는 “미간이 좁은 여성 고객에게는 ‘메이크업을 하면 눈매가 더 시원해질 것 같다’고 돌려 말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 세상에 ‘예쁜’ 여자는 없다?

황방훈 디렉터는 수많은 연예인의 메이크업을 담당해왔다. 그동안 거쳐 간 고객들의 명단에는 이름만 들어도 얼굴이 바로 떠오를 정도의 배우, 가수, 아나운서들이 즐비하다. 한국에서 가장 ‘예쁜’ 여자들의 얼굴을 제일 가까이서 지켜봐 온 셈이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 예쁜 여자는 없다”고 단언했다. 더 정확히는 ‘예쁘다’는 기준에 물음표를 달았다. 또 “미인형, 황금비율 같은 세상이 만든 미의 기준은 있지만, 그대로 태어나지 않았다고 안 예쁜 건 아니다”며 “아름다움은 그 사람만의 매력에서 나오고, 메이크업은 하나의 기준에 부합되는 게 아니라 여러 매력을 만들어내는 쪽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변화한 한국의 메이크업 트렌드도 이런 황 디렉터의 철학을 반영한다. 과거에는 얇고 뾰족한 아치형 눈썹, 눈두덩을 모두 덮는 아이섀도, 립라인을 뚜렷이 살려 모두 채운 입술 등 서양식의 메이크업이 대세였으나 현재는 촉촉한 피부 표현, 입술 안쪽부터 자연스럽게 물든 듯한 그라데이션 립 등 한국인에게 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진화했다. 황 디렉터는 “예전에는 동양인을 서양화했다면 이제는 동양인 자체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방식”이라며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이고, 최전방에 서 있는 아티스트들은 그걸 반드시 잡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 드레스킨, ‘K-뷰티’ 브랜드를 꿈꾸다

황방훈 디렉터는 얼마 전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을 건 화장품 ‘드레스킨’을 선보인 것이다. 이를 위해 코스피 상장사 이아이디에 합류해 제품의 기획부터 제작, 유통까지 1년 동안 공들여 준비했다. 여기에 집중하기 위해 기존에 운영하던 서울 청담동 미용실 보떼101을 접기도 했다.

화장품 사업가로서 황 디렉터는 “내가 사고 싶은 것이 아닌, 소비자가 사고 싶은 것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드레스킨이 ‘쉬운 메이크업’을 콘셉트로 한 이유이기도 했다. 입술에 볼륨을 주는 립밤과 밀착감이 좋은 틴트가 한 제품에 담긴 ‘새틴 틴트 앤 밤’, 눈꺼풀의 유분을 잡아주고 쌍꺼풀 라인에 화장품이 끼지 않게 하는 아이 픽서와 리퀴드형 섀도를 결합한 ‘섀도 앤 픽서’ 등은 소비자가 화장을 굳이 배우지 않고도 편하게 쓸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달 말 1차로 출시한 2만5000개의 물량은 이미 동났고, 두 차례 열린 팝업 스토어도 성황리에 마쳤다. 황 디렉터는 “편하게 메이크업을 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화장을 즐길 수 있다고 믿는다”며 “전 세계 여성들에게 새로운 미의 기준을 제시해주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number3togo@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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