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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톡] ‘스타’ 아닌 ‘배우’로···송승헌이 밝힌 변화의 의미

입력 : 2018-11-28 17:00:00 수정 : 2018-11-28 09:4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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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잘생김’의 대명사 배우 송승헌과 ‘바가지 머리’ 가발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그런 그가 ‘플레이어’를 만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 시청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호평을 보냈다. 

 

지난 11일 종영한 OCN 드라마 ‘플레이어’는 각 분야 최고의 플레이어들이 뭉쳐 가진 놈들이 불법으로 모은 더러운 돈을 찾아 터는 유쾌·통쾌 머니 스틸 액션 드라마. 극 중 송승헌은 판을 짜는 ‘리얼 사기캐’ 강하리 역을 맡아 차아령(정수정), 천재 해킹 마스터 임병민(이시언), 주먹요정 도진웅(태원석)과 환상의 호흡을 펼쳤다. 

 

데뷔 초부터 언제나 ‘톱스타’였던 송승헌. 의류브랜드 모델로 활동을 시작한 95년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을 비롯해 드라마 ‘해피투게더’ ‘가을동화’ ‘에덴의 동쪽’ ‘블랙’ 등 대표작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은 스타다. 그런 그가 이제 ‘연기의 재미’를 알았다고 말한다. ‘플레이어’가 그 재미를 만끽한 작품이라고.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 송승헌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종영 소감은.

 

“‘플레이어’를 통해 많은 분들이 원래 송승헌과 다르게 봐주셨다. 의도한 바도 물론 있었다.(웃음) 기존의 송승헌이 아닌, 조금 가벼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감독님과는 워낙 친해서 같이 어울리며 짖궂은 장난도 치는 사이였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모르는 송승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시더라. 나아가 ‘플레이어’가 아버지의 복수극이라는 자칫 무거운 소재일 수 있는데, 무겁게 가지 말고 경쾌하고 밝게 가자고 하셨다. ‘웰메이드’보다는 ‘B급 코미디’가 될 수도 있지만, 시청자들이 시간 가는지 모르게 볼 수 있는 유쾌한 작품이 되길 바랐다. 작품 속에서 허세도 부르고 장난도 치고 하다보니 그런 새로운 모습들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힘이 됐다. 그리고 조금 놀라웠다. 사실 이삼십대의 송승헌은 항상 바르고, 멋지고, 한 여자에게 목숨거는 전형적인 캐릭터를 연기했었다. 거기서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크게 받아들여 주시더라. 정말 의외였다. 오히려 멋진 척을 할 땐 평가가 안 좋았는데, 정말 노는 듯 편하게 연기하니 좋게 봐주시더라.(웃음) 예전부터 선배님들이 ‘편하게 연기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는데, 이런 게 그런 건가 싶다.”

 

-실제로 불의를 보면 어떻게 행동하나.

 

“싫으면 싫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성격이다. 어렸을 땐 더 심해서 마찰도 많았다. 이상하게 경계심이 많았다. 지금 비슷한 상황이 생긴다면 그저 웃고 만다. 예전의 나라면 짚고 넘어갔을 문제라도 말이다. 내가 막내도 아니고, 결국 나중에 창피한 것도 후회하게 되는 것도 다 나일 뿐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제 ‘좋은 게 좋은 거지’하면서 그저 웃고 지나간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어릴 땐 그냥 싫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정말 나이를 먹었나보다.(웃음)”

 

-‘블랙’ 이후 또 한번 장르물을 선택했는데.

 

“사실 이삼십대의 송승헌을 많이 좋아해 주셨지만, 스스로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냥 ‘일’이니까, 일을 하기 위해 현장에 나갔다. 그러다 ‘블랙’이라는 장르물을 접하면서 달라졌다. 스태프들과 함께 어울려 하는 작업도 오랜만이었다. 케이블 드라마도 처음이었는데, 표현의 수위도 다르고 그만의 매력이 있더라. 장르물의 재미랄까, 시청자들이 공중파보다 케이블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것 같다. ‘블랙’에서 그 매력을 깊이 느껴서 ‘플레이어‘를 수월하게 선택하게 된 이유도 있다.” 

 

-스스로 느끼는 ‘장르물의 매력’은.

 

“예전엔 몰랐는데, ‘블랙’ ‘플레이어’를 하다보니 유치하게 느껴지는 대본들이 많아졌다. 얼마 전에 TV에서 ‘가을동화’가 나오는데, 차마 못보겠더라.(웃음) 꾹 참고 다시 보니 ‘저 때는 참 순수하고 어렸구나. 빈이도 혜고도 채영이도 다들 결혼을 했네’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지금 다시 저걸 하라면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연기의 재미도 느끼게 됐는데, 다시 저런 역할을 맡는다면 어떻게 연기할까 싶었다. 요즘은 ‘정통 멜로’가 많이 없다보니 ‘가을동화’ 같은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도 좋을 것 같다. 시청자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통 멜로도 해보고 싶다.”

 

-연기의 재미를 느끼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제대 후 팬에게 받은 편지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당신이 가진 배우라는 직업, 당신의 연기에 재미를 느끼고 감동을 받았다고.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직업을 가진 당신이 행복함을 느끼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를 읽고 창피했다. 지금까지 나는 그런 마음이 없었으니까. 사실 그저 직업의 한 부분이고,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내가 너무 잘못하고 있구나, 운 좋게 데뷔하고 활동하다보니 감사함을 잊었구나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청춘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열심히 활동 해야겠다 싶었다. 그러면서 출연한 작품이 영화 ‘인간중독’이었다. 어릴 때의 나라며 정말 하지 않았을 작품이다. 부하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불륜남이라니. 예전엔 그냥 ‘멋진’ 역할만 찾았다면 이제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망가짐’을 불사한 연기도 의외였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해야하나’하는 생각에 안한다고 했다. 그러다가 ‘해보자’ 싶더라. 이런 재미를 조금 빨리 느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지금이라도 느끼게 돼 정말 좋다. 예전엔 정의롭고 멋진 역할들만 고집하면서 악역을 굳이 왜 할까 어린 생각만 했다. 정말 갑작스럽게 직업이 생겼고, 배우를 꿈꾸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당연한 일이었다. 가면 욕만 먹는 촬영장도 너무 싫었다. 그래도 일이니까, 어쩔 수 없어도 해야지 싶었다. 그만두기에는 나를 바라봐 주는 팬들이 너무 많았다. 여러모로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플레이어’ 시즌2 계획도 있나.

 

“OCN 드라마는 재밌다는 걸 알아 주시는 듯하다. 장르물에 특화된 채널에서 밝고 경쾌한 케이퍼무비도 재밌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시즌2 요청도 많이 들었다. 사실 이번 작품은 캐릭터 설명에 불과하다. 할 이야기도 너무 많고, 국내를 다뤘으니 이제 해외로 가자는 말도 있었다.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 호흡이 너무 좋았다. 한 번 하고 버리긴 아까운 조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즌제 드라마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시즌제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승헌’하면 먼저 ‘외모’를 떠올리게 된다.

 

“아무래도 나를 알릴 수 있는게 외모였고, 그런 장점이 있다면 그것을 깨고 나와야 하는 것이 숙제라고 생각한다. 외모적인 부분도 결국엔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배우는 연기로서 보여드리는 방법 밖에 없다고 본다. 신기하게도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연기했을 때와, 그렇지 못한 때의 반응이 다르더라. ‘블랙’을 하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시청자분들도 다 알고 계시는 것 같다. 진작 그러지 못한 게 창피하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깨달아 다행이지만 조금 더 일찍 깨달았다면 더 좋은 배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예전에는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하는가 하는 고민의 연속이었다면, 지금은 연기하며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게 나의 꿈이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더좋은이엔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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