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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11-29 14:04:00, 수정 2018-11-29 14:45:00

    [화씨벽:김용준 프로의 골프볼 이야기] 새 골프 규칙 때문에 걱정

    •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새 규칙에 대한 내 생각이 그렇다.

       

      오는 2019년 1월1일 0시부터 적용할 새 골프 규칙을 나는 이제야 ‘거의 다’ 이해했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함께 새 규칙 초안을 공식 발표한 것은 올해 3월 중순이다. 그런데 명색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경기위원인 내가 이제서야 이해했다고 말하다니? 그것도 전부가 아니라 거의 다라고? 그런데 사실이다. 나는 지금까지는 애써 새 규칙을 챙겨보지 않았다. 지난 3월 중순 가까운 선배 경기위원 두 명과 세미나를 열어 새 규칙을 대강 이해하기는 했다. 그리고 나서는 여태까지 새 규칙은 접어 둘 수 밖에 없었다. 올 시즌에 경기위원으로 근무할 때 헷갈리지 않으려고 그런 것이다. 2018년 KPGA 대회는 얼마전 모두 끝났다. 나도 새 규칙에 몰두할 수 있게 됐고. 새 규칙을 이해하면서 걱정과 기대가 엇갈린다. 글 머리에 걱정과 기대가 ‘반반’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실은 걱정이 더 많이 된다. 눈에 뻔히 보이는 빈틈이 새 규칙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새 골프 규칙은 페널티 구역(현재의 해저드와 같은 개념)에서 루스 임페디먼트를 치울 수 있도록 허락한다. 낙엽이나 나뭇가지 따위를 치울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런 것들을 치우다 볼이 움직이면 벌타를 받는다. 그런데 일일이 따라가 볼이 움직이는 지 아닌 지 감시할 수 있을까? 또 바뀐 규칙에서는 볼을 찾다가 우연히 볼을 움직여도 벌타가 없다. 긴 풀 속에서 볼을 찾다가 실수로 볼을 움직일 때 겪는 억울함을 없앤다는 취지다. 옛날 규칙으로는 벌타를 받는다. 새 규칙은 제자리에 갖다 놓고 치면 된다. 이 때 ‘우연히’ 움직였다는 것을 판단할 기준은 무엇일까? 우연을 가장한 반칙은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볼을 확인할 때 옛 규칙은 다른 플레이어에게 알리고 감시할 기회를 주게 되어 있다. 알리지 않으면 벌타다. 알렸다고 해도 다른 플레이어가 가까이 와서 감시할 기회를 주지 않고 볼을 건드리면? 역시 벌타다. 볼 위치를 마크하고 집어 올린다고 해도 벌타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금 옛 규칙 얘기이니 헷갈리지 말기 바란다. 옛 규칙에서는 볼을 확인하려고 집어 올릴 때 다른 플레이어에 알리고 감시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의무 절차라는 얘기다.

       

      새 규칙에서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알리지 않아도 된다. 감시할 기회를 주지 않아도 문제 없다. 그냥 볼 위치를 마크하고 집어 올려서 확인하면 된다. 이거 괜찮을까? 불편한 자리에 놓인 볼을 슬쩍 집어 올려(물론 마크는 하고) 더 좋은 자리에 내려 놓는다면? 다른 플레이어가 ‘뭐 하는 거냐?’고 따지면 ‘내 볼인지 확인했다’고 하면 그만 아닐까?

       

      새 규칙은 퍼팅 그린에서 스파이크 자국도 수리할 수 있게 바뀐다. 지금은 볼이 떨어진 자국(볼 마크)과 오래된 홀 자국만 수리할 수 있다. 관대해진 것이다. 그런데 자연이 만든 손상은 여전히 수리하면 안 된다. 그린이 울퉁불퉁 하거나 잔디 상태가 나빠서 패인 자리 따위는 수리하면 벌타를 받는다. 과연 이걸 정확히 따질 수 있을까? 마음 먹고 규칙에 어긋나게 플레이 선(퍼팅 그린에서는 볼이 굴러갈 길)을 개선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있냐는 얘기다.

       

      옛 규칙은 엄격하게 막으려고 노력한 이런 빈틈을 새 규칙이 드러낸 것을 놓고 다른 협회 경기위원 선배와 의견을 나눴다. ‘새 규칙을 만들면서 너무 방심한 것 아니냐’는 내 질문에 그는 ‘골퍼는 신사 혹은 숙녀라는 철학을 바탕에 깔고 새 규칙을 만들었다’고 해석했다. 듣고 보니 그럴 듯 했다. 나도 그렇게 믿고 싶다. 모든 골퍼는 신사이거나 숙녀라고. 그런데 그렇지 못한 골퍼를 많이 봤다.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규칙을 지키지 않는 골퍼를 말이다.

       

      엘리트 골퍼(선수 지망생이나 프로 골퍼를 통틀어 이르는 말) 중에도 이런 악당은 드물지 않았다. 그래서 ‘엘리트 골퍼= 적어도 아마추어 골퍼보다는 더 신사 혹은 숙녀’라는 공식에도 동의하지 못한다. 새 규칙이 가진 빈틈을 악용할 것인가? 진정한 신사 혹은 숙녀 골퍼로 남을 것인가?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독자 앞에 놓인 선택이다.

       

      김용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경기위원 겸 엑스페론골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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