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류시현의 톡톡톡] 인생 후르츠

입력 : 2018-12-12 12:27:49 수정 : 2018-12-12 12:27:46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열린다. 차근차근, 천천히…“

 

‘인생 후르츠’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위의 나래이션으로 시작해서 같은 말로 끝을 맺습니다. 대지에서 열매를 맺는 자연과 사람의 삶이 같은 모습이라는 뜻인 듯합니다.

 

사람의 일생이라는 것이 출생부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짧은 시간도 아닌데. 왜 저는 ‘천천히’ 보다 ‘빨리빨리’ 살려고 해왔을까요. 어차피 가야할 길, 지름길도 있겠지만 돌아서 가면. 다른 구경도 하고, 더 많이 생각하고 느끼면서 걸어갈 수 있는 것을. 성급히 맺히는 열매보다 차근차근 천천히 익어가는 열매가 훨씬 맛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천천히 가다보면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작은 새들을 위한 옹달샘을 준비하고 ‘와서 마셔요’라고 알려줄 수도 있구요. 여름밀감에게는 ‘마말레이드가 될거야’라고 기운을 북돋아줄 수도 있구요, 작약에게는 ‘미인이려나’라며 농을 걸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 할아버지는 일주일에 직접 그림을 그린 손편지를 열통씩 주변사람들에게 보내는데요. 생선가게 주인에게는 생선이 맛있었다고 배불리 잘 먹은 그림이 담긴 편지를 보냅니다.

 

동경대 출신의 잘나가던 엘리트였던 할아버지의 인생에도 바람이 불었고, 낙엽이 떨어지듯 일이 뜻대로 안 풀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연과 함께 숨 쉬는 도시를 만들고자 했던 예전의 꿈과 계획은 실패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땅이 비옥해지는 것처럼 그는 행복하고 풍요로운 인생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65년간 한번도 남편에게 반대해본 적이 없는 든든한 파트너, 할머니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모두 다른것처럼, 어떻게 사느냐에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땀 흘리며 땅을 일구고, 사람과 자연과 함께 나누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부부의 활짝 웃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저런 인생도 한 본보기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우디가 그랬다고 하네요. ‘모든 답은 자연에 있다’라고.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